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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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시집은 참으로 난감한 책이 되었다.
인터넷 상의 각종 카페나 블로그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으며, 디지털 기기에 저장해서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점점 더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대상이 되었으며, 지나치게 가벼운 소재로 전락하거나 쉽게 읽히고 쉽게 잊히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점점 시집과 멀어지는 세대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시집은 단순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기사를 모은 책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이 추천한 100여 편의 시는 한편 한편이 빼어난 명작이요,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시키는 수작들이다.
그들이 시를 읽는 시각 또한 군더더기가 아닌 훌륭한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삽화들 또한 독자들의 가슴을 시리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명시와 해설, 그림의 3박자가 훌륭히 조화를 이룬 이 책은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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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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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할머니와 약초차를 만들며 살아가던 시즈쿠이시는 무분별한 개발로 산이 황폐화되자 할머니와 떨어져 살아가게 된다.
도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시즈쿠이시는 가에데라는 맹인 점쟁이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감싸 안는 법을 배워간다. 할머니의 차가 사람들의 몸을 치유했다면, 가에데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도 늘 그랬듯이 섬세한 묘사와 포근한 문장으로 읽는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각박하고 쓸쓸한가.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아직 어딘가에 따뜻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차분한 글은 우리가 자주 잊게 되는 그런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이라도 그런 따스함을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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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스 Zearth 1
키토 모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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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학교에 갔던 15명의 소년 소녀들은 우연히 동굴에 들어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아이들에게 게임에 참가할 것을 제안하고 곧 정체불명의 괴로봇과 싸우게 되는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괴수, 원하지 않았지만 괴수와 싸우게 되는 주인공들, 발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분위기, 어느 쪽이 적인지 분간할 수 없는 로봇 캐릭터...
처음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류 같았던 ‘지어스’는 점차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낸다.
무작정 정의롭지도 올바르기만 하지도 않은 아이들은 커다란 힘을 손에 넣고는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낸다. 세계를 구한다는 허승심에 흥분하기도 하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있기도 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15명의 아이들은 위기의 상황에 처할 때마다 각자 자신의 환경에 맞는 개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평행우주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어스’만의 개성은 확실히 드러난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고민.
에반게리온을 닮은 뻔한 SF메카닉물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범상치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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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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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이 작품을 가리켜 ‘착한 범인, 착한 미스터리’라고 했지만 사실 범인이 착하다면 범인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이고, 범죄소설이 착하다면 범죄소설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다.

주인공 유키는 어린 시절 수술중 사망한 아버지의 집도의와 어머니가 가까운 사이로 밝혀지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수술했던 의사 니시노조가 있는 데이도 대학병원에서 연수를 밟게 된다.
한편 이 병원에 돈을 요구하지 않는 협박편지가 배달되고 곧이어 경찰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는 이 두 갈래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긴박감 넘치게 흘러가야할 이야기는 너무도 느릿한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처럼 짤막한 문고본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차지하게 된다.

게다가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계획하고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실행해 나가던 범인은 마지막에 너무나도 선한 마음씨를 드러내 보이며 스스로 후퇴하고 만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치밀한 능력의 수사진도 아니고, 천재적인 두뇌의 주인공도 아니다.
복잡하고 탄탄하게 진행되던 범죄도 결국 착한 마음씨 하나로 흐지부지 되고 만다.

취향에 따라서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싱겁게 느끼면서 크게 실망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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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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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방과 후’는 여고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을 노리는 범행이 몇 번 되풀이된 뒤에 뜬금없이 한 교사가 운동부 탈의실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방과 후’에서는 김전일이나 코난 스타일의 밀실살인사건과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간결한 스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들과 주인공과 얽힌 게이과 요코라는 학생의 관계도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비교적 간단한 트릭의 밀실살인사건은 마치 고전적인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두 가지 비밀은 중간 중간 조금씩 밝혀지기도 하고 끝까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인공과 아내 사이의 비밀도 마지막에 가서는 독자에게 큰 충격을 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이 ‘방과 후’ 또한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대작이라거나 앨러리 퀸처럼 궁극의 정교함을 선사하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이야기 전개와 간결한 구성으로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언제 적이건 어느 것이건 후회 없는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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