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할머니와 약초차를 만들며 살아가던 시즈쿠이시는 무분별한 개발로 산이 황폐화되자 할머니와 떨어져 살아가게 된다. 도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시즈쿠이시는 가에데라는 맹인 점쟁이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을 감싸 안는 법을 배워간다. 할머니의 차가 사람들의 몸을 치유했다면, 가에데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도 늘 그랬듯이 섬세한 묘사와 포근한 문장으로 읽는 이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각박하고 쓸쓸한가.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아직 어딘가에 따뜻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차분한 글은 우리가 자주 잊게 되는 그런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이라도 그런 따스함을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