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호숫가에 모인 몇몇 가족들... 우발적인 살인이 벌어지고, 그들은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드러나고 아직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신경전도 벌어진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거북함과 우스꽝스러움에 실망했다.
일단 얼토당토않은 설정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사람들과 그들의 또 다른 비밀이 얽혀드는 이야기는 마치 시끌벅적한 코믹 스릴러를 보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상식이 있고 교양을 갖춘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그런 식의 어설픈 은폐공작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최첨단 과학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21세기에 살인사건을 무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말부분에 가서 모든 비밀과 진실이 밝혀진다.
결국 그들은 허술한 은폐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으며, 뻔히 밝혀질 것만 같은 진실이라도 감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사건 전개는 간결하고, 이야기의 속도도 또한 빠른 편이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전혀 설득력 없는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참으로 희한한 작품이다.

그리고 담당 에디터는 코멘트를 통해서 '이 작품의 결말에는 기존의 추리소설을 뛰어넘는 벅찬 감동이 있어, 나로서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썼다. 뭐, 각자가 느끼는 감흥은 다른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코멘트를 읽고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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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올인하는 의미의 작품입니다^^

sayonara 2006-05-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동안 '변신'도 읽었습니다.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에서는 평작 같드만요.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쵝오의 걸작은 무엇인지...?! -ㅗ-

물만두 2006-05-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행입니다 라고 저는 늘 말하지요^^

sayonara 2006-05-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ㅅ!
 
소환장 - 개정판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소환장’은 존 그리셤의 수많은 베스트셀러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간결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장황하고 산만한 배경묘사, 조금씩 늘어지는 문체 등을 볼 때 존 그리셤이 문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같다.(역시 예상대로 이 작품 이후에 ‘하얀집’이라는 순수문학적인 작품을 써내고야 말았다.)

운전하는 주인공이 스쳐지나가게 되는 풍경의 묘사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해졌다. 주인공의 고향 저택에 얽힌 설명을 하는데에는 서너 페이지나 할애했다.
기존의 작품들처럼 템포 빠르게 읽히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환장’이 ‘타임 투 킬’이나 ‘가스실’처럼 스릴보다 드라마에 중점을 둔 작품은 아니다.

평생을 청렴하고 올바르게 살아왔던 대쪽판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놓은 3백만불을 손에 넣은 뒤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묘사와 그 현금의 출처를 추적해가는 긴박한 과정, 마지막에 밝혀지는 돈의 정체는 눈치 빠른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다. 부정한 변호사가 감사의 표시로 억지로 떠넘긴 현금이었는데, 판사는 오늘내일하다가 결국 돌려주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그 다음에 이어진다. 멍청한 약물중독자 동생의 등장과 이후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고생담 등은 마치 ‘파트너’에서처럼 기가 찰 정도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배신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하는(?) 애매하면서도 여운을 남겨놓는 끝맺음도 인상적이다.

‘소환장’이 비록 존 그리셤의 최고 인기작들인 ‘의뢰인’, ‘펠리컨 브리프’, ‘레인 메이커’ 등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재미와 멋을 갖춘 괜찮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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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요^^
 
취업과 승진에 꼭 필요한 SEPT Manager (책 + 테이프 2개 + CD 1장)
안영섭 지음 / (주)YBM(와이비엠)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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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90년대 ‘엘리트 토익’과 쌍벽을 이뤘던 ‘안박사 토익’의 저자가 출간한 책이다.

기초교재 같지는 않은데도, 신기하게 숫자와 열두 달의 발음기호가 표기되어 있다. 유치원 수준의 단어에 발음기호라니... 순간 당황했다.

이 책의 장점은 다양한 예문이다.
모범답안이 없는 말하기 시험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듯 정답의 예문과 주의단어 예문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많은 예문을 수록했다.

하지만 SEPT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모의테스트CD는 초급편인 ‘Prep Program for SEPT’에 있는 것으로 충분할 텐데도 굳이 이 교재에 또 한 번 수록한 것은 명백한 상술이다.
본문 중에 언급은 없지만 ‘Prep Program for SEPT’와 비슷한 표지 디자인과 서로 연관성 있는 것 같은 구성을 보면 단순히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 아니라 시리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책이 ‘Prep Program for SEPT’와 전혀 연속성 없는 교재라면 비슷한 구성과 중복된 내용의 책을 두 권씩이나 출간한 것 또한 명백한 상술이다. YBM Si-sa에서 주관하는 각종 어학시험들도 (국내 어학시험에 비해) 폭리를 취하는 마당에 비슷비슷한 교재들까지 쏟아내면서 말이다.

그리고 2만7천원이라는 책값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SEPT라는 시험의 특성상 제작과정에서 더 많은 노력이 들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TOEIC 교재시장에 비해 경쟁서적들이 다양하지 못한데다가 스스로 굉장한 교재를 만들었다는 관계자들의 자아도취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3배나 두꺼운 토익교재보다 비쌀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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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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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권에 이르러서도 기독교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시오노 나나미는 4세기 로마에 있어서 기독교회의 성직자가 되는 길을 시대와의 타협으로 표현하고, 당시 지자체의 유력자들이 눈사태라도 난 것처럼 기독교화한 원인을 탈세를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15권까지 쓰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 쇠망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걸핏하면 전성기와 비교하면서 4세기의 로마를 폄하하는 것 같다.
본문에는 '원수정 시대에는~', '팍스 로마나 때에는~', '로마의 전성기라면~'같은 표현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4세기는 기독교가 로마를 완전히 집어삼킨 시기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14권의 진정한 핵심은 기독교가 대세였던 시대의 흐름에 조그만 파문을 일으켰던 율리아누스의 통치에 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치세가 19개월이 아니라 19년이었다면 로마인들도 기독교가 현세의 종교가 아님을 깨닫고 시대의 흐름도 바뀌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율리아누스 황제가 고대에 일신교의 폐해를 깨달은 유일한 사람이고 그래서 '배교자 율리아누스'라는 칭호가 오히려 가장 빛나는 시호인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14권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우울함이 감돌 지경이다.
간혹 아미다 공방전에서 나타났던 진짜 사나이들의 기개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로마군은 로마다움과 전통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독교의 이교도에 대한 탄압, 기독교 내부의 충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 야만족의 침입 등 안팎의 모든 상황이 로마를 종말로 몰고 간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한 종교에 의해서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걸작 예술품들이 수없이 파괴되고 강에 버려졌다는 점이다.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보이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적 자세일까, 아니면 본래 일신교라는 것이 예술품에 대한 (로마인의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했었던) '관용'을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배타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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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5-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9권까지는 꾸준히 읽어볼만한 것 같더군요. ^_^
 
관람석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에는 메시나 마을 최고의 풋볼 스타였고, 한때는 유망한 선수였던 닐리 크렌쇼는 무릎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뒤에 부동산 중개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지내던 닐리는 마을의 전설적인 코치 레이크의 임종을 앞두고 15년 만에 메시나를 찾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옛친구들을 만나고,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고, 승리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의 관심에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날리던 풋볼선수였지만 지금은 너무도 평범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
아직도 닐리의 옛명성을 잊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레이크의 강압적인 훈련방식이 불러왔던 비극적인 사건,
하프타임에 있었던 사고와 그들만의 비밀...

닐리와 친구들은 풋볼 경기장 관람석에서 옛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과 모여 레이크의 죽음을 기다린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녹음해 온 예전의 풋볼 경기중계를 듣는데, 이 부분이 압권이다.
장장 30여 페이지에 이르는 중계방송과 회상, 대화가 뒤섞인 풋볼경기...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해야 할 내용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리틀야구리그를 후원한다는 존 그리샴이 차라리 야구를 소재로 이 작품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작품 속에는 범죄사건도 없고, 변호사 주인공도 나오지 않는다.(직업이 변호사인 마을 주민은 한 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석’ 역시 존 그리샴이라는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케케묵은 소재와 상투적인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석’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존 그리샴다운 글 솜씨도 여전해서 스포츠 정신과 진정한 리더십, 인종간의 화합, 승리에 대한 근성과 위대함의 성취 같은 고귀한 주제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어쨌든...
꿈은 깨어지고, 과거는 흘러갔어도 추억은 여전히 남아있고 고향은 변하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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