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 최신판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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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을 읽었을 때와 똑같이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기분이다.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군웅들이 할거하던 전국시대에 3명의 출중한 영웅들이 있었다.
맨 처음 등장했던 오다 노부나가는 하늘이 내렸다는 귀재로서 통일국가의 기틀을 마련하지만 아깝게 심복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히데요시다운 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관리능력으로 당대의 상황들을 수습한다.
무리한 통일과정과 임진왜란의 실패 등으로 사라져간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등장하여 전 일본을 통합하고 새로운 세상을 연 인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한마디로 그는 기다림의 달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을 읽어보면 그는 미련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원칙과 날카로운 전략을 갖고 사람들과 시대를 경영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간경영전략이라는 것이 그리도 대단하고 새로운 것이었던가? 이 책을 한 번 훑어본다면 상식적이고 뻔한 내용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험에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실망감만 들 것이다.

각각의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하면서도 서로 배반되는 내용의 처세술들을 읽다보면, 이 세상에는 경영의 공통된 원칙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힐러리 여사가 생일을 기념하여 기자와 인터뷰할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성공의 공통분모 같은 게 있다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니까 성공하기가 얼마나 쉽겠냐고? 그런 것은 없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나름대로 한 시대를 대표하여 당대를 호령하던 영웅호걸들이 이런 사이비처세술서적의 판매를 위해서 이용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서글픈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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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ㅣ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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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권이 상권보다 재미있다고 그랬던가? 간혹 훌륭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권에 비하면 너무 전형적인 줄거리와 뻔한 결말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신들의 워드프로세서’, ‘비치월드’ 등의 작품은 전형적인 ‘환상특급’ 스타일로 마치 TV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상상력 자체는 평범해 보이지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하권에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인 ‘서바이버 타입’은 ‘캐스트 어웨이’의 사이코 버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줄거리인데, 지독하게 잔혹한 설정과 소름 끼치는 상상력으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는 자동차 같은 기계가 공포의 대상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오토 삼촌의 트럭’도 그렇다.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고, 오히려 스티븐 킹의 다른 걸작 단편인 ‘트럭’이 생각날 뿐이었다.

살인을 배달한다는 우유배달부 연작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할머니’는 너무 뻔한 결말이지만 읽는 내내 조여 오는 듯한 공포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노나’가 ‘노라’가 되었다가 ‘노나’가 되었다 하는 식의 엉뚱한 번역은 상권 못지않다. 이 또한 독자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배짱 좋은 번역이다.

개인적으로, 상권은 '강추', 하권은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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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들어봐라, 영어가 되나! - 스피킹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한국식 영어회화
장동렬 지음 / 쿠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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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들어봐라, 영어가 되나’라는 상업적인 제목보다는 ‘스피킹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한국식 영어회화’라는 부제가 더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한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시절 듣기를 포기하고 스피킹에 집중해서 각각 3개월만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배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저자는 한 번 안 들린 문장은 수백 번을 들어도 안 들린다고 강조한다.
‘귀를 뚫으려는 대신 혀를 풀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이비 비법 같지만, 본문의 내용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과학적 근거를 들어가며 ‘아이처럼 영어를 배워라’는 뻔한 조언('일단 많이 들어라')이 왜 잘못된 것인지 잘 설명한다. 그리고 결코 리스닝이 스피킹에 우선할 수 없다며 단언한다.

그리고 스피킹으로 영어를 익히는 방법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영어로 말하려면 구체적이고 현상중심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 영어에 중요한 것은 도덕이 아닌 예의라는 것 등을 강조한다.

그 밖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언급하는 부분이라던가, 저자 자신도 스피킹은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만 영화는 자막을 봐야 한다고 고백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점들이 오히려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한다.

너무 완벽한 영어, 교양 있는 영어를 추구하기 보다는 한국인 나름대로의 콩글리시를 해보라는 조언은 과연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을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과연 적절한 조언인가 싶기도 하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어에는 예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창구에서 아무리 늦게 볼일을 봐도 뒤에 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난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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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박지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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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반부에 소개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생활이 절반 가까운 분량을 차지한다.
이는 박지성의 프리미어 리그 진출이 그만큼 의미심장하고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 첫 골의 기쁨, 호나우두, 반 니스텔루이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선물을 받는 자신의 기쁨, 런던 사람들조차 알아듣기 힘든 퍼거슨 감독의 스코틀랜드 억양, 베컴이 떠났어도 여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남아있는 관중들을 보는 부러움, 긱스의 원인모를 통증이 새로 구입한 수동변속기 차량 때문이었다는 일화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많이 있다.

자신이 산소탱크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뛰는 걸 싫어하고 집에서 머무는 걸 더 좋아한다는 비밀이나 이상형에 대한 고백, 어린 시절 왜소한 체격에 대한 고민, 김남일, 안효연과의 도원결의 같은 비밀스러운 일화들도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 한 장은 ‘박지성 굴욕’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든 수많은 학생들 앞에 앉은 박지성의 표정이 압권이다.

이 책은 확실히 월드컵의 축구 열기에 편승한 책이다. 그래서 그 내용이나 구성도 너무 안전하고 뻔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굳이 박지성이 아니더라고, 굳이 축구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별로 상관없을 내용들이다.
자신을 위해서 많은 고생을 하신 부모님들이 눈물 나게 고맙고, 그라운드에서는 우락부락한 페르디난드와 하늘같은 선배 홍명보도 사실은 친절하고 소탈한 사람들이고, 어느 정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하지만 그 운도 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
이런저런 자서전들에서 늘 읽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뻔한 내용이지만 ‘실화’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성격 괴팍한 TV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너무도 쉽게 재벌 왕자님을 꿰어 차지만, 실화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짜로 피를 흘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인 자서전들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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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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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은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이다.
등장인물, 배경, 사건, 해결방식까지 너무도 안전한 구성과 허를 찌르는 결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외딴 집에 낯선 손님이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2년 전에 의붓어머니를 살해하고 감옥에서 죽은 범인의 알리바이를 들고 나타난다.
이후 가족들은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사건을 끄집어내게 되면서 괴로움에 빠진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누명’은 무게의 상당부분이 추리과정이 아니라 가족들 간의 숨 막히는 심리적 갈등에 할애된다.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같은 명탐정도 등장하지 않는 마당에 추리의 비중까지 줄어들었으니 독자로서는 맥이 빠질 만도 하다.
심리적인 갈등에 무게를 두었다고 해서 심리미스터리서스펜스(?)도 아니다. 그저 애매하게 추리극과 심리극 사이를 오가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실망스럽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대가의 작품답게 이야기는 긴박감 넘치고, 마지막에는 역시 의외의 범인이 밝혀진다.
그리고 작가는 친절하게도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범인에 관한 단서를 흘려준다.(눈치 빠른 독자라면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거듭 강조되는 어떤 인물에 관한 성격 묘사(!)만으로도 범인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그런 자신의 성격을 범죄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누명’은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한 멋이 있는 나름대로의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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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형적이라는 점에 중독성이 강한 것이 크리스티가 80권을 쓸 수 있었던 마력인 것 같아요^^

sayonara 2006-07-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안전하게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죠. 추리소설이 무쟈게 읽고 싶은 날 이름모를 작가의 작품을 잘못 선택했을 때의 분노란... -ㅗ-+

가넷 2006-07-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재미없게 봤었던 작품이였는데... 음.-_-; 다시 볼까봐요.

가넷 2011-10-12 11:41   좋아요 0 | URL
어엇?... 지금 누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읽었던 작품이었나...

하하;;; 이거 건망증이 심해졌는지도... 그런데 도저히 본 것 같은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만약에 읽은 거라면 5년이나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요. ㅎㅎ;;;;

sayonara 2011-10-12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 5~6년 지나면 거의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줄거리는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결말을 모르겠다거나.. 그래서 대부분의 책들을 몇 년마다 반복해서 계속 읽고 있지요... 아마 평생... -_-;

sayonara 2006-07-30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살인'처럼 약간 변칙적인 크리스티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