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첩보스릴러
1963년 3월 11일 이른 아침, 프랑스의 어느 기지 영내에서 한 젊은 장교가 총살당하는 장면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또 한 번 드골 암살에 실패한 OAS는 세계 최고의 킬러인 자칼을 고용하게 됩니다. 자칼은 엄청난 금액의 보수를 약속받고 차근차근 자신의 임무에 착수합니다. 동시에 그를 쫓는 수사관들의 추적도 시작됩니다.
실제로 드골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경험했으며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합니다. 확인된 암살 시도만 해도 여섯 번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십여 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드골 정권의 전복을 기도한 유명 비밀 군사조직 'OAS'가 대부분의 암살계획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자칼의 고용주로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암살과 첩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만화, 소설 등 모든 장르를 통틀어 <자칼의 날>만큼 완벽한 재미를 갖춘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 손에 잡으면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자칼의 날>이 얼마나 유명했던지 실제 베네수엘라 태생의 거물 테러리스트이던 일리치 산체스의 별명이 '자칼'이었을 정도입니다.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인 김성종씨도 <자칼의 날>을 자신이 읽은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작품의 세부 설정과 상황묘사가 어찌나 꼼꼼한지, '슈퍼맨'에 가까운 능력을 갖고 있는 자칼의 캐릭터가 별로 황당무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범한 첩보소설이라면 킬러가 암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자를 지치게 만드는데, <자칼의 날>은 오히려 그 과정이 더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3류소설들이 오로지 결말의 반전을 위해 이야기 내내 너무 많은 설정과 복선을 깔아놓느라 헤매는 것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자칼은 마지막 장면에서, 마지막 문장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완벽함을 보여줍니다.
중간 중간 어찌나 위기가 많고, 수사관들의 추격이 끈질기던지 나중에는 드골 암살이 성공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우리는 이미 여섯 번이나 그의 암살을 기도했으나 그 가운데 3회는 계획 단계에서 탄로가 났었고, 1회는 실시 며칠 전에 적에게 발각되었으며, 나머지 2회는 습격에는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소.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그 사업을 의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요. 그러나 소중한 자금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그래서 우선 알고 싶은데, 이 일을 맡을 수 있겠소?" 로댕은 무심하게 카드를 펼치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을 들은 영국인의 잿빛 눈이 반짝 빛났다. "암살자의 총탄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고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오." (66쪽)
그는 혼자였다. 이것은 처음부터 바라던 바였다. 그러나 한편,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암살 음모가 폭로된 지금, 그는 경비가 엄중한 성을 공격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계획이 경계망을 돌파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 냉정하게 살펴보아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다짐했다.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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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힘으로 편견의 세상에 대항하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악의 팀. 선수단 연봉총액 최하위의 가장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러나 단장으로 취임한 빌리 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자신의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빌리 빈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반란과 그들의 성공신화는 130년 메이저리그가 신념처럼 믿고 있던 '투자한 자본만큼 결과는 얻어진다'라는 철학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빌리 빈 단장은 고졸 유망주보다는 대졸선수를 뽑고, 최적의 시기를 찾아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는 구단운영으로 2000년 이후 놀라운 승률을 거두어 왔습니다. 이는 야구라는 게임에 있어서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온 사건입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빌리 빈의 놀라운 성공은 야구계는 물론 금융계, 비즈니스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빌리 빈 단장은 다년간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감을 믿기 보다 통계적으로 증명된 데이터와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비록 아무도 그 자료를 중요시하지 않고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틀에 박힌 인습은 물론 때로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항하는, 과학과 이성의 태도가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마땅히 때로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순간적인 판단이 가장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출루율과 장타율 따위의 전문 용어가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식에 대한 의문을 갖는 자세, 승리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마찬가지로 무작정 잭 웰치를 역할모델로 삼거나 쉽게 떠드는 블루오션의 막연한 환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 내 머리로,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생각이 옳고 세상 사람 모두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황홀한 느낌은 없을 것이다. 혹시 신의 가호가 있다면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빅리그 구단 중에도 그의 글을 세심히 읽고 그가 주창한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154쪽)
빅리그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이라는 그조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은 역설적으로 빅리그가 어떤 곳인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아울러 투수의 기본 자질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해티버그의 표현에 의하면, 좋은 투수란 좋은 타자와 함께 서 있을 때, 서로 수평을 이루며 나아가는 자기 세계를 가진 선수라고 했다. 따라서 절대적 기준에서 볼 때 타자들의 관념을 '어긋나게'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강한 공을 던지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디오에 등장하는 화면에서도 모이어가 마운드에 올라설 때면 유난히 타자 주변으로 어두움 같은 것이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 (278쪽)
만일 보로스 매크라켄의 생각이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투수의 능력으로 돌리던 상당 부분을 수비력이나 야구장의 특성 또는 그날의 운에 기인한다는 가설을 만들 수 있다. 투수들은 대개 동일한 야수들과 함께 동일한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그런 가설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보로스의 혁신적인 사고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투수의 책임으로 간주하던 부분을 전부 행운과 관계된 것으로 가정한다면 어떨까?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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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엘리트주의에 관한 걸출한 SF대작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영어권 SF의 3대 거장으로 불립니다. <스타십 트루퍼스> 또한 기념비적인 걸작 전쟁소설로, 외계인과의 처절한 전투를 통해 강철 같은 군인으로 성장하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독자들이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로 이 작품을 먼저 접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SF고전을 밀리터리 액션에 심취한 작가의 냉소적인 판타지거나 군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타십 트루퍼스>를 단순한 군사SF물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의미심장함이 꽤 인상적인 걸작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보다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국가에 대한 동경, 더욱 강력한 국가관의 추구 같은 엘리트주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스타일의 군국주의를 조롱했던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와는 달리 하인라인은 진지하게 힘과 자유,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고민해 봅니다. 그저 무조건적으로 폭력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심사숙고합니다. 청소년 범죄와 강력한 체벌에 관한 저자의 주장을 비롯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통제된 폭력'이라는 전쟁에 대한 정의, 군대에 있어서의 장교들의 위치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난, 인구증가와 종족의 멸망에 관한 고찰이 너무도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습니다. 몇몇 내용에서는 노골적으로 전체주의와 군국주의를 옹호하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동의하게 될 정도입니다.
작가는 거친 표현과 세밀한 묘사들을 능수능란하게 풀어가며 미래 세계의 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냅니다. 방사능 부족으로 인한 유전적 결핍 같은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과학적 상상력도 그리 촌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신 SF물들보다 훨씬 리얼하고 꼼꼼한 상상력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스타십 트루퍼스>가 유명한 이유는 중요한 소도구로 등장하는 '강화복'(Powered Suit)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강화복의 개념은 훗날 <기동전사 건담>, <에이리언 2>, <패트레이버> 같은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발한 설정과 박진감 넘치는 묘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걸출한 SF대작입니다.
그리고 7권. 과연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선과 악의 대결이 마무리되는 해리 포터의 마지막 이야기는 어떤 정도일까? '불사조 기사단', '혼혈왕자'같은 최근 시리즈의 높은 완성도를 봤을 때 아마도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작가가 지나치게 감상적이 된다면...?! '대부' 시리즈가 갱스터 장르임을 잠깐 망각하고 에필로그 '대부3'를 지나치게 예술적으로 치장하다가 좀 울적한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실수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해리 포터가 죽는다느니 어쩌니 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끄적이다가 출판사로부터 핀잔을 듣는 롤링 여사가 약간 불안하기는 하다.하지만 그녀의 감상적 태도만 뺀다면 7권의 불안요소는 전혀 없지 않을까? 여섯번째 작품에 이르도록 이야기의 박진감은 여전하며, 스펙터클함이 더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시들지 않는 감동, 지워지지 않는 여운이 담겨있는 마지막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