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주지 않는 작가, 하라 히데노리의 초기걸작 ‘겨울 이야기’가 나의 1000번째 리뷰다.

작품의 완성도는 비슷한 이야기를 그린 취업재수생의 이야기 ‘섬데이’가 더 낫지만, 이 작품의 여운이 더 길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리뷰를 쓰던 초창기에는 적립금을 목적으로, 중반기에는 글솜씨 향상을 위해, 지금은 그저 습관적으로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번 더 마음을 가다듬고 더욱 간결하고 좋은 리뷰를 쓰려고 노력해봐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07-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축하드려요. 드뎌 꿈의 천 리뷰군요... 전 언제 달성할런지... 저도 부지런히 써야겠네요...

sayonara 2004-07-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제야 저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양보다는 질이 아닐까요!?"하고..

sayonara 2004-07-2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Kel님, 새벽별님, 그리고 나보다 먼저 리뷰 1000개를 알려주신 예진님 등 모두 감사합니다.
누가 "왜 리뷰 1000개의 고지에 올랐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거기 책이 있었기 때문에"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너무 거만한가...!? -_-;;;)

박예진 2004-08-1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그 엄청난 추억이 담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조선인 2004-08-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번째 리뷰? 그게 달성 가능한 고지라니... @.@

sayonara 2004-08-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년 사이에 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하나씩 쓰다보면 그렇게 되더라구요. ^_^
 
겨울 이야기 6
하라 히데노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하라 히데노리의 ‘겨울 이야기’는 실제로 재수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재수 또는 백수생활을 경험한 독자들이라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감동과 슬픔까지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인생낙오자들의 심리와 상태를 섬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지나치게 담담한 묘사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하라 히데노리 작품의 주인공들에게서는 진한 동질감과 동정심을 느낄 수 있다.

과장된 일상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일부 독자들은 ‘겨울 이야기’의 너무나 뻔한 구성을 타박할 수도 있을테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실제 인생에는 드라마틱한 역전도 없고,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반전도 없기 때문이다.
커다란 불행에 아파하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조그만 행운에 그나마 기뻐하며 다소 안도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체념하면서 살아간다. 가끔은 자포자기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말이다.

결국 ‘겨울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그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거창할 것도 없는 작품의 결말이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인의 만찬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KBS에서 방영했던 ‘탐정 몽크’에 푹 빠져있기 때문인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포와로의 괴벽이 먼저 눈에 띈다. 여러가지 크기의 달걀이 자신의 균형감각을 망쳐 놓는다고 불평하는 장면이나, 제프가 펼쳐본 신문을 다시 반듯하게 접어놓는 장면 등 말이다.

‘13인의 만찬’은 작중 인물로 미남 미녀배우가 등장하기 때문에 출간 당시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소개된 작품이지만, 영화도 아니고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좀 하자면, 포와로의 대사들은 전부 진실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나 자신만의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포와로가 명탐정이긴 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가 하는 말이 대부분 맞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틀린 추리도 많이 하고, “A가 B를 했다”는 식의 확신이 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중요한 사건이나 증언을 메모해가면서 읽는다면 전체적인 사건의 개요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테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목의 ‘13’이나 ‘만찬’은 본 사건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호크 다운 - [할인행사]
리들리 스코트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소말리아 내전에 파병되었던 미군병사들이 겪은 이틀간의 참혹한 전투를 다룬 작품이다. 논픽션베스트셀러인 원작을 놀랍도록 리얼하게 영화화했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여줬던 스펙터클한 전투씬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 작품은 다른 전쟁영화들과 달리 하이라이트라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싸우고 부숴대고, 죽고 죽인다. 하지만 이런 점이 실제 전투와 흡사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전투를 벌이다보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작전대로 사람을 구출하고, 어디를 폭파시키고, 임무를 완수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항상 의외의 변수가 나타나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병사들이 희생되곤 한다.

‘블랙 호크 다운’에서도 간단하게만 보였던 납치임무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19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혹한 전투로 변한다.

리얼한 전투장면을 통해서 전쟁의 본질과 전우애 등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그저 단순한 ‘미국우월주의’를 내세운 졸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1천명의 소말리아 희생자들은 무시된, 철저한 미국의 시각이 무척 당혹스럽기는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유키 12 -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즉 천재들이 등장한다. 그들 나름대로는 불굴의 노력을 하겠지만 ‘H2’의 히로와 히데오, ‘터치’의 카즈야, 타즈야의 캐릭터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할 수 없는 스타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다치의 초기걸작인 ‘미유키’의 주인공은 놀랍도록 평범한 마사토다. 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두 미유키는 미모와 재능이 뛰어난 비범한 여학생들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이전에도 볼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찾아보기 힘든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또한 스포츠가 등장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만화이기도 하다. 아다치의 전매특허인 야구나 수영, 복싱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게 독특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분량의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조연들과의 갈등,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만으로 말이다. 구성은 일반적인 순정만화와 유사하다. 마사토와 동생 미유키가 각각 여름여행을 떠난 곳이 서로 이웃한 별장이었다는 식의 지독한 우연의 일치들, 여름여행과 교내연극같은 비슷한 상황의 반복 등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순정만화들에서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잔잔한 분위기의 감동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해외에서 추락한 TV뉴스를 보고 두 남매가 서로의 앞날을 걱정하며 함께 밤을 새는 장면이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탑승 직전에 강도를 당해 화장실에 갇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