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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김진준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마이클 크라이튼의 최신작 ‘먹이’를 읽고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작가’가 아닌 ‘제조업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마치 적당한 소재를 상투적인 이야기 구조와 등장인물들로 조합해낸 공산품같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고의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이 점이 로빈 쿡같은 작가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좀 다른 의미겠지만, 하버드대학에서 전공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원 시절 추리소설을 써서 상을 받고 학비를 조달했다는 저자의 이력은 독자들을 주눅들게 한다.)
나노입자들의 공격을 다룬 ‘먹이’의 주제는 주인공이 독백으로 말하는 ‘인간은 너무 늦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꼭 아이가 하나 죽어야 비로소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적당히 폼잡는 표현이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은 ‘쥬라기 공원’이나 ‘시체를 먹는 사람들’같은 걸작들에 비하면 무난한 수준의 평작이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전형적인 스타일의 프로그래머들처럼 밋밋하고 개성없는 주인공들이 나온다는 것이다.(‘쥬라기 공원’의 말콤 박사는 얼마나 괴짜스럽고 매력적인가)
또 한가지, 이 작품을 감수한 이인식씨는 해설에서 IBM이 원자를 배열해 글을 쓴 것을 갖고 ‘마침내 인간이 원자의 세계를 조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본문에서 그 일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그것을 분자 제조의 문을 연 쾌거로 생각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이목을 끌기 위한 잔재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수했다면서 원작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사고방식의 차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