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의 랑데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마치 추리소설계의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의 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간결하고 서정적인 문체를 선사한다. 특히 세 번째 랑데부의 주인공인 젊은 부인은 군에 입대하는 남편과 맞는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면서 “날이 밝는 시간을 늦춰주세요”, “커피잔이 영원히 비지 않도록 해주세요”하고 기도한다. 조금 낮간지럽고 유치할 수도 있는 표현이지만 상당히 애절하고 문학적으로 들린다.
이런 리듬감 있는 문장과 함께 애잔한 복수극을 음미하다보면 마치 소설이 아닌 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상복의 랑데부’에는 기발한 트릭이나 매력적인 명탐정, 결말의 반전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이야기구조와 문학적 완성도만으로도 걸작추리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연인의 복수를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헐리우드 액션영화같은 단순한 줄거리가 아니다. 조니는 무작정 죽음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애정과 연인의 사랑, 그 틈을 파고든다.

조니의 복수극 하나하나, 한 챕터가 하나의 단편을 읽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긴박감 넘치는 다섯 번째 랑데부와 나름대로 순수하고 깨끗한 결말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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