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비밀 - 미스터리 베스트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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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이 책에는 무려 13개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이 들어있다.
그 13편의 단편소설은 보석같은 재미를 선사하지만 너무도 짤막한 분량이 오히려 흠이다. 각 단편들의 길이가 불과 서너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작품의 간결함이 지나쳐 허무할 정도다.

아무리 짧은 단편추리라고 하더라도 A, B, C 등 몇 명의 용의자가 등장하고 독자들은 A가 범인일 리 없다, C가 의심스럽다는 식의 추리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의 단편들은 너무도 짤막한 나머지 누가 의심스럽고, 누가 확실하다는 식의 재미를 느낄 겨를이 없다.
몇 명의 용의자가 소개되자마자 곧바로 르보르뉴가 귀신같은 추리를 선보이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하나같이 재미있는 추리단편들이지만 그 점이 못내 아쉽다.

메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중편 ‘제1호수문’은 의례적인 수사절차가 등장하지 않는다. 지문조회, 혈흔분석같은 것들 말이다.
이 작품은 한편의 치정극이다.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한 긴장감 넘치는 팽팽한 심리전(?)이다. 메그레 경감과 두 등장인물이 식당에서 조성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압권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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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쥬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는 분위기가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고 그것을 중점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리보다는 그 음울한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에서 오는 미스터리적 느낌이 좋습니다. 그래서 주위 배경 묘사가 많은 것 아닌가 싶구 그의 작품을 단순하게 추리 소설로 규정짓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sayonara 2004-11-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분위기. 정말 분위기 최곱니다.

어찌 조르주 심농을 추리작가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프랑스 문학의 최고봉에 위치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앙드레 지드가 찬사를 보냈던 것처럼..)
 
마지막 황제 디렉터스 컷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Cesar Franck - Symphony D minor / Symphonic Variations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존 론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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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세시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밋밋하고 지루하게 아이가 황제가 되고,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된다. 그리고 그는 천하의 제왕이었지만 결국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며 단 한번도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의 인생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서양인이 동양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대부분 서양인 특유의 물질적인 시각 아니면 서구우월주의의 굴절된 시각을 보여준다.(그런 의미에서는 남미의 원주민들을 미개하고 가르쳐야 할 존재로 묘사한 ‘미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지막 황제’는 서양인의 외부적인 시각덕분에 오히려 담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시종일관 영국인 가정교사의 차분한 시각으로 부의의 인생을 그려나간다.
신하에게 먹물을 먹으라고 명령하는 장면도, 자신에게 소리치는 옛하인의 말을 듣는 장면도 쓸쓸하게 옛 영화를 회상하는 부분도 어느 것 하나 과장됨 없이 그려진다.

절묘한 현악기의 주제곡은 한 나라의 황제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휘말려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인생을 살다 간 마지막 황제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 쓸쓸하다.

결국 인간이 역사를 만들지만 때로는 역사도 인간을 만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가혹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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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12-0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죽이죠!!!

sayonara 2004-12-1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음악 죽입니다. '21그램'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형식으로 작품의 주제를 표현했듯이(형식미?) '마지막 황제'는 서늘한 분위기의 음악으로 부의의 덧없는 인생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콤X - 비트윈 30종 특별할인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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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와 함께 대표적인 흑인인권운동가인 말콤X의 인생을 그린 걸작이다.
평소 과격하고 급진적인 내용의 작품을 찍었던 스파이크 리 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감동적이고 때론 장엄한, 모범적인 작품이다.

말콤X는 불우한 태생과 어린시절을 보내고, 감옥에서 깨달음을 얻어 종교운동에 투신했으나 흑인종교계의 부패와 타락에 환멸을 느껴 성지순례를 다녀온 뒤 자신만의 종교활동을 하다가 암살당한다.

이 작품의 성공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화려한 연출 못지않게 덴젤 워싱턴의 명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비평가협회의 연기상을 받았는데, 당시 확실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받을만했다고 생각한다.(‘트레이닝 데이’로 뒤늦게 받기는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만큼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뛰어났다. 백인처럼 머리를 펴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약을 바르고 기뻐하는 불량배부터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흑인들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인의 역할까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인다.

말콤X는 자신과 달리 계속 비폭력 운동을 주장하는 킹 목사가 오히려 백인들에게 이용당하는 고분고분한 먹이에 불과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킹 목사도 빈민가 흑인들의 참상을 깨닫고 암살당하기 얼마 전에 말콤X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 작품은 백인의 인종차별에 대항한 흑인들의 각오와 함께 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가는가 하는 것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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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8
엘러리 퀸 지음, 박기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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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작품들은 정교하고 복잡하기 마련이지만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은 마치 10여권의 소설을 한권에 우겨넣은 듯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등장인물란에 소개된 인물이 두 명의 퀸 부자를 제외하고도 마흔명 가까이 된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들은 사건이 복잡해질수록 산만하고 정신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엘러리 퀸의 작품들은 추리구조가 정교하고 복잡해질수록 사건이 해결되고 설명될 때의 카타르시스가 크다.
마치 배우기 복잡하고 번거로운 PC게임이 단순한 슈팅게임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엘러리 퀸은 결말에 가서 사건의 전모를 꼼꼼하게 ‘분류’하고 ‘선택’해서 차근차근 설명까지 해준다.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라고 한다면, 빈정거리는듯한 경박한 말투의 재미다.
이미 죽은 사람을 찾는 아버지의 질문에 “어딘가 제4차원의 세계에 있겠죠”하고 대답하는 엘러리 퀸의 말투, “퀸 총경의 아들”(=퀸(Queen), 여왕의 아들)이라는 장관의 말장난 등이 그것이다.

동서추리문고의 아쉬운 점은 전체 이야기의 2/3가 지나서야 발생하는 두 번째 살인사건을 뒷표지에 언급해놓았다는 점이다. 조금 김이 빠진다.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두 번째 살인을 기다리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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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좀 빨리 나와주면 좋으련만... 국명 시리즈 재미있죠...

진/우맘 2004-11-0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사람 이름 외우는데 젬병인 제가, 과연 소화해 낼 수 있을까요?^^

sayonara 2004-11-03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저는 국명시리즈는 완성도의 편차가 무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어느 글에서는 엘러리 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던데..)
특히 전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을 보고 크게 실망했지요.
.
.
진/우맘님, 이 작품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Y'의 비극'이나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같은 작품들부터 읽으시는게 좋겠지요.. ㅎㅎㅎ 그리고 차근차근 읽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답니다. ^_^
 
크림슨 리버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 장 르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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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암살자’라는 깊이있는 걸작을 연출했던 마티유 카소비츠는 왜 이 작품을 찍었을까? 비평가들은 프랑스의 자존심이 무너진 듯 헐리우드 스타일의 ‘크림슨 리버’를 혹평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개인적으로도 매우 재미있게 봤다.

헐리우드의 표절, ‘세븐’의 아류라는 비난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매끈한 오락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랑스 감독은 흔치 않다.
(마티유 카소비츠는 작품성 있는 걸작영화가 아닌 이렇게 단순한 스릴러도 잘 만들 수 있다고 항변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좀 늘어진다 싶으면 막스와 스킨헤드족과의 뜬금없는 격투액션이 펼쳐지기도 하고, 갑자기 괴한이 난입해 총을 쏘고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장쾌한 알프스의 눈사태를 구경할 수 있다.

이렇듯 ‘크림슨 리버’는 음울한 화면, 호쾌한 액션 등 헐리우드의 오락적인 요소를 총망라한 프랑스 영화같다.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런 식으로 프랑스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이 아쉽다.
적어도 그라면 더 많은 것과 깊이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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