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이 없어라 : 김종서 평전 - 불우했던 완전주의자 김종서의 비장한 생애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확실히 현대의 영웅들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다. 하지만 왠지 얄팍하다.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은 금전적 이유와 자신감 부족으로 메이저 리그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고, 한국의 건장한 미남배우들은 병역기피라는 추한 꼴을 보였다.

이 책의 주인공 김종서 장군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영웅이라 할만하다.
또한 작가가 서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치관이 혼란한 시대에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지난번 ‘경주 최부잣집’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역시 우리나라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수많은 영웅들과 명문가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은 무능한 왕들과 정쟁에 치우친 정치가들을 욕하지만 그 중에서도 비록 소수지만, 신념과 애국심을 갖고 나라와 민족에 충성을 바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조금씩 발전해온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위대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리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잊지 않는다.
북방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어머니의 병환에 노심초사하는 모습, 당시의 관습에 따라 세종대왕에게 3년상을 허락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글, 김종서 장군이 어머님의 죽음에 애통해하는 모습은 심금을 울릴 정도로 애절하다.
한 인물의 위대한 면과 교훈적인 면을 강조하는 평범한 자서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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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 트릴로지 박스세트 (3disc, dts) - 할인판
성룡 외 감독, 성룡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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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전부 다섯 편이 나왔다. 하지만 전작들과의 연관성이 사라진 007 스타일의 4편과 ‘뉴 폴리스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의 이름까지 바뀐 5편을 제외하면 1, 2, 3편이 진정한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1편은 성룡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성룡하면 떠오르는 정의감 넘치고 코믹한 주인공,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프로젝트 A’ 이후 완전히 익숙해진 현대액션물...
1편에는 임청하가 등장하는데, ‘동방불패’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고 낮선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 백화점의 스턴트 장면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옆에 있던 스텝의 머리를 흔들며 미친 듯이 좋아하는 성룡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편은 어설픈 전편과의 연관성, 그리고 기대이하의 아기자기한 규모가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특히 조잡한 폭발장면으로 마무리하는 엔딩은 더욱 아쉽다.


3편은 중국정부의 협조와 양자경의 컴백작으로 유명한데, 중국본토와 유럽촬영을 비롯해 헬리콥터와 기차의 액션 등 엄청난 물량과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효과에 몸을 내맡기지 않고 아직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보여주는 성룡이 고맙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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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이걸 사신 모양이네요..전 구매할까 말까 무척 망설여집니다^^스펙트럼이 출시하는 홍콩 영화들의 대부분이 그다지 썩 마음에 드는 정도의 질을 보여주지 못하더라구요.뽀대만 나게 만들구^^ 제일 실망한게 첩혈쌍웅이랑 영웅본색입니다 ㅎㅎㅎ

sayonara 2004-11-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비싼 걸 구입은... 빌려봤습니다.(할인행사 '타이타닉' 1만원 안되는 것에도 벌벌 떠는뎅) 그리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네요. 옛날영화라서 별다른 서플도 엄꼬, 또 디빅이라는 매체로도 보완할 수 없는 홍콩영화 특유의 구리구리한 화질... 저는 비됴테입으로 소장하고 있는 걸로 만족하렵니다. ^_^
 
의뢰인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4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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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셤이 좌충우돌하던 초창기 시절의 작품들, 약간은 이색적이고 어딘가 매끈하지 못한 ‘타임 투 킬’,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같은 작품들의 어색함에서 벗어나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집필한 작품이다.
이후의 ‘레인 메이커’, ‘거리의 변호사’와는 달리 약간 식상한 느낌도 군더더기도 보이지 않는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항상 대기업과 관료조직으로 대표되는 강자에 대항하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그리셤의 작품답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결손가정의 소년과 내세울 것 없는 아줌마 변호사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몇 타래의 음모가 얽히고설키지만 결국에는 정의가 조그만 승리를 거둔다.(그리셤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다.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이 아니라, 그럭저럭 균형을 맞추는 수준의 정의를 실현한다.)

증인보호프로그램에 의해서 서로 헤어지게 되는 마지막 장면까지 읽고 책을 덮으면, 참으로 미국적인 스타일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줌마와 소년이 진실한 친구가 되어 서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우정을 나눈다.
이별의 순간에도 미련을 남기기보다는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쿨(cool)하게 헤어진다.

‘의뢰인’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약하긴 하지만 바보스럽지는 않은 두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존 그리셤의 작품들 중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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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o 2004-11-2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에서 스릴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보노라고 합니다. 님의 서평 중 장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퍼가도 될런지요? 스릴러 서평 섹션에 실었으면 합니다.

sayonara 2004-11-2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와 글쓴이를 밝힌다면 상관없습니다. ^_^

bono 2004-11-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밝혀야죠. 한글로 "사요나라"라고 해도 될까요?

sayonara 2004-11-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고맙습니다.
 
흑수선 [dts] - [할인행사]
배창호 감독, 이미연 외 출연 / 메트로 DVD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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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찍은 감독이 한때(20세기 말에는) ‘한국의 스필버그’라고 불렸다는 소문(?)이 놀랍기만 하다.

쓸데없이 낭비된 엄청난 물량(일본의 흔들다리 장면과 거제도의 포로수용소 재현장면의 완성도는 무척 뛰어나다.), 거대자본과 일급배우들의 초라하고 어색한 연기...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설픈, 긴장감 제로의 스릴러다.
과거의 비극에 얽힌 현재의 살인을 ?는 주인공 오형사는 원작과 달리 너무도 뺀질뺀질한 젊은이라서 어색하고, 5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등장인물들의 분장 또한 매우 거북하다.

그리고 국어책을 읽는듯한 배우들의 연기, 가장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뻣뻣한 정준호도, 노인 분장이 겉도는 이미연도 아니다. 바로 한국의 국민배우 안성기다.
마지막 장면에서 “...손대지마!”하고 절규하는 부분은 초등학교의 학예회 연극을 보는 것 같다.

‘한국 미스터리 문학의 기념비적인 걸작’이라는 ‘최후의 증인’을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상영시간에 담는다는 것은 너무 벅찬 시도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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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등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2
엘러리 퀸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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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빼어난 중편 ‘신의 등불’과 여덟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작품집이다.

‘신의 등불’에서는 갑작스러운 친구의 호출로 범죄사건에 휘말리게 된 엘러리 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음침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압권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추리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트릭의 결말은 그 시작만큼 충격적이거나 신선하지 않고 평범한 수준이니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보물찾기’는 마지막까지 엘러리 퀸의 재치와 위트가 빛나는 무난한 작품이다.

‘용조각 굄돌의 비밀’에서는 기이하고 괴상한 사건을 정교한 논리로 풀어나가는 엘러리 퀸의 침착함이 돋보인다.

‘암흑 집의 모험’은 김전일이나 코난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놀이공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다.

‘피 흘리는 초상화’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직관적인 트릭이 등장한다. 너무나 뻔해서 엘러리 퀸의 재능을 의심케 만드는 수준이었다.

경마장과 복싱경기장,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몇몇 사건들은 마치 시끌벅적한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에는 매우 뛰어난 작품, 그저그런 작품, 한심한 수준의 작품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재미있으며 엘러리 퀸의 재치있고 유쾌한 말장난도 여전하다.
어떤 사건을 비과학적이라고 투덜거리는 친구에게 “기린을 처음 본 사람도 그런 말을 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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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2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뭘까...추리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결말은 평범한데 사건은 충격적이라...매력적인 모순이네요.

sayonara 2004-11-2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같은 일입니다. ㅎㅎㅎ

결말이 허무하니 기대는 마시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