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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9 (양장) - 셜록 홈즈의 사건집 ㅣ 셜록 홈즈 시리즈 9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평점 :
우선 이 책의 역자 후기를 통해서 코넌 도일의 새로운 면을 접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권투, 럭비, 당구, 자동차 경주 등 각종 스포츠에도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던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문학적 재능과 활동적인 성격, 다소 심한 장난도 서슴지 않는 배짱... 도대체 이 작가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뿐만 아니라 관찰력에 관한 일화로 널리 언급되는 에피소드도 그 유래를 알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쓴 맛의 액체를 맛보게 하는 교수가 자신은 집게손가락을 컵에 담갔지만, 가운데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는 에피소드가 셜록 홈즈의 모델이 되었던 조셉 벨 교수의 일화였다는 것이다.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시리즈의 장점은 매우 잘 그려져 있는 삽화들인데, 엉터리 번역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특히 큰바위 얼굴(!?) 홈즈와 괴한들의 역동적인 격투장면(p40), 홈즈가 심각한 표정으로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p60), 거만한 자세로 양 손가락의 끝을 모은 채 앉아서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p177) 등이 특히 눈에 띈다.
이 책에는 모두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만족스럽다.
셜록 홈즈가 '탈색된 병사'편을 직접 쓰면서 대중적인 취향에 영합지지 않을 수 없는 글쓰기에 관해 고민하는 점이 재미있다.
'문제는 어렵지 않고 답을 찾아내는 방법은 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홈즈의 귀여운 거만함이 기억에 남는다.(왓슨에 비해 부족한 자신의 글솜씨를 아쉬워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쇼같은 '마자랭의 다이아몬드'편은 정통 추리를 만끽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인형과 최신기계, 비밀장치같은 소품들과 홈즈의 쇼맨십이 그럭저럭 볼만했던 에피소드다.
'세 명의 게리덥'에서는 게리덥이라는 희한한 성을 가진 남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는데, 역시 그 뒤에는 범죄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냉철한 이성의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홈즈의 뜨거운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토르 교 사건'은 애증이 얽힌 치정범죄로 만화 '명탐정 코난' 스타일의 트릭이 있는 사건이다.
'기어다니는 남자'에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며 기어다니는 노교수가 등장한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이야기의 방향을 짐작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이다. 하지만 해프닝의 원인과 결과의 비과학적인 연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홈즈가 서섹스 지방으로 은퇴하면서 왓슨과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기록하게 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사자의 갈기' 편이다. 홈즈 스스로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푸념할 정도로 기묘한 사건이다.
마지막에 밝혀진 살인범(?)의 정체는 놀라울 따름이지만, 과연 이런 이야기를 '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 사건에서는 홈즈의 울적한 심정, 왓슨에 대한 빈정거리는 태도("시는 그만 읊조리라") 등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