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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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는 삼국지와 칭기즈칸, 정주영과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리더의 고뇌를 털어놓는다.(최근 유행하는 블루오션/레드오션이라는 표현도 빠지지 않는다.)

사장은 힘들다. 그거도 무지막지하게 힘이 든다.
늘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졸이고, 잠못이루는 밤이 허다하며 자주 소화불량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사장의) ‘고독함’과 ‘외로움’일 것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사장의 괴로움만을 강조한다. 벤처갑부가 되어도 외롭고, 그래서 리더들은 바람을 피우기 마련이고, 부하직원들은 백번을 말해야 한번 움직인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모범적인(!) 리더의 반만큼이라도 따라하는 사장이 있다면, 그는 사장의 괴로움과 혼자만의 답답함으로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사장을 따를 것이며, 뛰어난 인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서로 모여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회사가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고작 다섯 통의 부실한 이력서만 모이지 않는다.-

결국 이 책의 내용은 ‘사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자리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작가의 징징거리는 투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스톡옵션의 대박을 기대하는 벤처사업가는 매일같이 사무실의 책상 밑에서 서너 시간의 잠을 자면서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고정된 봉급을 받는 그 밑의 월급쟁이 직원은 자신이 맡은 일만 처리하고 퇴근하면 그만이다.
이런 것들이 단순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참고서적들을 섭렵했던 저자는 아무래도 ‘적절한 책임에는 적절한 보상이 따른다’는 내용이 있는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는 읽어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사장의 고독함과 치열함에는 공감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강조하기만 하는 치졸한 변명의 글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뭐, 따지고 보면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쓴 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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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12-0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그렇게 보면 정치인을 생각나게 합니다.
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토록 '험난하고 고독한'(??) 국회의원의 길을 택하라고 강요했던가요?!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3 밀리언셀러 클럽 21
에드 맥베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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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형편없었던 1권, 미진했던 2권과 비교하면 훨씬 양질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가장 감명깊었던 작품은 '인생은 카드치기'와 '추억의 유물'이다.

'인생은 카드치기'는 고독한 사냥꾼(!?)의 애수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인생의 회한과 암담한 현실이 담겨있는 '추억의 유물'은 상큼하고 멋진 반전으로 끝난다.

이 밖에도 괜찮은 작품들이 꽤 있다.

'즐겁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는 일상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를 그린 작품으로 반어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이것이 죽음이다'는 '서스펜스가 가득하다'는 소개글이 결코 허풍이 아닌 걸작이고, '울타리 뒤의 여자'는 만화 같은 구성이지만, 적어도 읽는 도중에는 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재수 옴 붙은 날'은 다재다능한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풍부한 묘사와 능수능란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 네 페이지에 불과한 '그 무엇도 날 막을 수 없다'는 짧고 굵은 작품이다. 읽는 맛이 있는 수작인 것이다.

반면에 실망스러운 몇몇 작품들은 한없이 실망스럽다.

스릴러와 SF의 어정쩡한 조합인 '번스타인 죽이기'는 그 결말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뜬금없다. '전설'이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협곡 너머의 이웃'은 스티븐 킹의 아류 작가가 쓴 이야기같다.

'호수 위의 남자'는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고, '수상한 금발 여인'은 하드보일드 소설같다. 제목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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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카드치기 좋았죠^^ 저도 좋았어요~

sayonara 2006-02-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카드치기'와 '추억의 유물'. 이 두 편만 있었더라도 9천500원에 샀을 겁니다.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panda78 2006-02-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만 사서 읽고 너무 실망해서 2,3권은 안 샀는데
3권만 샀어야 했어요. ^^;

sayonara 2006-02-0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만 돈이 아깝지 않았죠... -_-;

trygon600 2006-07-2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저는 1,2권 사구 실망해서 3권은 안샀는데...넘넘 슬픕니다...

sayonara 2006-07-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이건 편집자와 출판사의 음모가 아닐까요...?!
-_-;;;
 
이노베이터 -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김영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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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상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나 일반인들을 따돌리고 저 멀리 앞서가는 리더들은 그들만의 사고방식이 있다. 그것도 단순한 개념이나 그럴듯한 경구가 아니라 확고한 신념과 통찰력으로 무장한 이론에 가까운 사고방식이다.
저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비용증가요소로만 치부하던 디자인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남들은 그저 완성단계의 제품을 적당히 포장하는 작업으로만 생각했던 디자인을 우선순위의 맨 첫번째에 두고 디자인을 시작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확실히 리더들의 생각은 차원이 다르다.
일반인들이 언론매체의 부추김에 휩쓸려 주식사장은 끝났다, 부동산 경기는 불황이다라는 판단과 투자실패를 되풀이할 때에 그들은 자신들만의 믿음으로 돈을 벌고, 중국시장은 무한하며 중국인들에게 팬티 한 장씩만 팔아도 갑부가 된다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대중들을 뒤로 하고 다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출간해야 할 책은 바로 이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와 같은 책들이다.
자신의 성공과정을 미화한 자서전이나 정치입문을 앞두고 급조해낸 작전서적 따위가 아니고 말이다.
성공한 기업가들이나 학자들이 그럴듯한 몇 마디 말로 치장한 속빈 강정 같은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자신의 막대한 부를 자랑하면서도 정작 그 부를 축적한 과정은 두루 뭉실 넘어가는 책들이 도대체 몇 권이란 말인가.

이 책은 '진짜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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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2-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 좋은 책입니다. 특히 일에 대한 집중력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낼만하죠. ^^

sayonara 2006-02-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가 아니죠. 그저 '신화'니 '성공'이니 운운하는 책들보다 훨씬 교훈적이기까지 하고 말이죠. ^_^
 
혈의 누 [dts] - 초회한정판
김대승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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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는 관습적인 공식에 따른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과거의 원한과 복수의 관계 밝혀진 다음에,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하는 정통스릴러다.
다만 시대적 배경이 조선말기이기 때문에 신분제에 따른 차별, 천주교에 대한 탄압, 무속신앙과 주민들의 광기가 적절하게 등장한다.

'혈의 누'는 꽤 볼만한 작품이지만, '1급 스릴러'가 갖추어야 할 숨 막히는 긴장감과 종반부의 폭발적인 이야기 전개가 미흡한 것 같다.
줄거리가 정교하기는 하지만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분되지는 않고, 숨이 멎을 것처럼 긴장감 넘치지도 않는다.
사건들은 차근차근 발생하고, 이야기는 수순을 밟듯이 이어져 나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밀한 고증, 젊은 배우들의 호연,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퍽 인상적이다.
특히 주인공 차승원은 기존의 코믹배우 이미지를 완벽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의 수사관을 보면서 광복절 특사의 탈옥수나 선생 김봉두의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DVD의 문제라기보다는 영화필름의 문제였던 것 같은데, 몇몇 장면에서는 어두운 블루 톤의 칙칙한 화면이 나온다. 차승원이 범인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이라던지, 밤에 용의자를 감시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싸구려 홍콩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칙칙한 화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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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어이없었죠 ㅠ.ㅠ

sayonara 2006-02-03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그랬죠. 한국적 스릴러들은 왜 이렇게 공식에 충실하고 관습적인지... -_-;;;
 
살림의 여왕 삼성실용무크 14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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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가장 유용한 내용은 10~11 페이지의 '살림 고르기의 7대 원칙' 부분이다.
살림의 볼륨을 줄여라, 비싸도 품질이 확실한 물건을 사라, 장식품은 없는 편이 낫다, 소모품은 세일 때 충분히 사라 등은 가히 '살림의 7계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확실하고 중요한 조언들이다.

이후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여성잡지의 얄팍한 기사들을 모아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 비교적 다양하고 충실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기청정기보다 좋은 것은 환기'라는 식으로 무조건 살림용품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평소 무심코 사용하던 가정용품들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전자렌지를 이용할 때는 음식을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나 튀김과 금속그릇, 플라스틱 용기는 상극이라는 것 등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다양한 사진들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정작 글로 된 설명을 보충할 수 있는 사진들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뚜껑식 김치냉장고와 서랍식 김치냉장고의 비교도 사진을 실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화초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화초의 이름만 나열하지 말고 사진을 같이 실어주었더라면 훨씬 더 유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초판 발행이 불과 반년 전(2005년 5월)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개정이 필요할 듯싶다.
드럼세탁기 가격수준이 10kg, 90~100만원선은 너무 높게 소개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다른 생활무크지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은 책장이 180도 펼쳐지는 PUR 제본이라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독자를 너무도 친절하게 배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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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2-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은 참 다양한 책들을 보십니다그려..^^

sayonara 2006-02-03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꼬박꼬박 읽고. 부인에게 사랑받을 꺼예요.(제가 말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