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공 방식
로버트 슬레이터 지음, 김선희 옮김 / 물푸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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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즈니스 전기 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슬레이터가 도널드 트럼프와 100시간이 넘는 동행취재 끝에 완성한 책이라고 한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명성과 전설, 그가 단순한 억만장자가 아닌 세계적인 브랜드인 이유, 92억 달러의 빚더미에서 '포브스' 선정 갑부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등에 관해서 차분하고 간결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의 활기 넘치는 일상과 그의 주변을 장식하는 가십들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유명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트럼프의 허영심, 부하직원을 가혹하게 질타한 뒤 작가를 향해 "일종의 연극이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마치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다.

이 책은 트럼프의 자화자찬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트럼프와 '어프렌티스'의 참모 조지 로스와의 첫 만남, 트럼프가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가십거리를 읽는 재미도 있다.

6만 달러짜리 신문광고대신 30분짜리 인터뷰를 선택하는 트럼프의 셀프 브랜딩과 건전한 과장에 관한 부분들은 꽤 흥미롭다.
한때 '트럼프는 끝났다'면서 호들갑을 떨던 언론이 한순간에 호의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부분이라던가, 진짜로 트럼프를 아는 사람들은 신문의 (악명높은) 평판 때문에 그와의 거래를 꺼리지 않는다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트럼프가 '비즈니스 역사에서 단 하나의 각주가 아닌 쾌활하고 창조적인 거물'이 될 수 있었던 과정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지만, 역시 트럼프가 직접 쓴 책만큼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그리고 앞표지의 트럼프를 제외하고는 사진 한 장 없다는 점 또한 매우 아쉽다.
독자들은 트럼프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세운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트럼프 타워의 위용을 볼 수 없으며, 코미디 쇼와 '어프렌티스'에 등장하는 트럼프의 모습을 단 한 장면도 구경할 수가 없다.
트럼프가 직접 쓴 책들은 이런 사진들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세심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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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5-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는 가는데 순위는 뒤로 미루어야 겠군요.

sayonara 2006-05-2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위주의 읽을거리 정도는 충분히 있는 책입니다만, 뭐 안읽어도 무방할만큼 실속이 없어서... -ㅗ-
 

리뷰 미디어 리뷰 (0건) | 네티즌 리뷰 8.28 (178건)
출간일 2005.07.08 | 334p | ISBN 899114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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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극적이고, 교과서보다 교훈적인 <조선왕 독살사건>

중고등학교의 국사과목, 대학교양수업의 역사과목에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습니다. 그저 무수하게 튀어나오는 한자어와 생소한 이름들, 터무니없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각종 연도와 숫자의 조합들뿐입니다.
정말이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에는 독자의 감흥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말솜씨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진진한 왕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끔 읽게 되는 역사교양서적에서 비극적인 드라마와 영웅적인 인물을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역사적 사건과 장면들 속에도 우리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소인배들의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에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기도 하고, 너무나 우직하기만 한 지도자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조선왕조 27명의 임금 중 무려 8명의 임금이 독살설에 휘말렸다는 의혹에서 시작합니다.
(독살설에 휘말린 두 명의 세자와 일각에서 주장하는 예종까지 포함시켜 무려 1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중에서 인종, 선조,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과 소현세자 등 모두 8명의 독살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선왕의 독살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단순한 흥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독살설의 이유를 생각해봄으로써 역사 이면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조상들의 예송논쟁을 소모적인 당파싸움으로 기억할 뿐이지만, 사실 예송논쟁은 단순한 형식문제가 아니었고, 왕의 정당성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논란거리였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소현세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현세자는 병자호란의 패전에 이은 삼전도의 치욕 이후 인조를 대신해 청나라로 끌려갑니다. 왕실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볼모가 되기를 자청했던 것입니다. 9년 동안의 볼모 생활 중에도 파병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면서 나라의 운명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게 이국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고 귀국하자마자 두 달 만에 의문의 병에 걸려 죽음을 맞습니다. 격동과 혼란의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자 했던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한 사나이의 애수를 느끼게 합니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만약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역사적 사실들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천재가 죽는다면 그건 진실로 크나큰 손실이며, 현명한 리더가 암살당한다면 진짜로 큰 혼란이 옵니다.
광해군이나 숙종 같은 명민했던 왕들이 요절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요?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 총명하고 예의가 바랐던 선종이 왜 커서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의심 많은 왕이 되었을까요?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적 재미를 교묘하게 엮어낸 팩션(faction)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합니다.
올바르지만 따분한 가르침들을 적어놓은 교과서보다 더 교훈적이고 말입니다. 학구적인 독자들은 <조선왕 독살사건>같은 교양서적을 얄팍하다고 폄하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역사교양서적을 읽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책을 추천해주신, 네이버 책 우수 리뷰어 sayonara님!
책과 영화, 사진을 좋아합니다.
엉겁결에 찍은 개벽이 사진이 어쩌다가 네티즌의 관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개벽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sayonara'님 네이버 블로그 <개벽이의 서재> 바로가기
역사 속 왕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나자! 책 속 밑줄긋기
잊을 만하면 출연자만 바꿔 재탕 삼탕을 하는 우리나라 TV 역사 드라마의 단골 주제는 연산군과 장희빈이다.
그러나 이들의 삶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의미도 있으며 무대도 드넓은 주제가 소현세자다.
인조반정과 병자호란 그리고 삼전도 치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도, 그 뒤에 존재하는 소현세자와 그 일가의 비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만큼 소현세자는 잊혀진 인물이다.
그가 만약 인조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면 이후 조선의 운명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조선은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는데, 소현세자는 이런 국제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물이었다.

소현세자의 꿈과 좌절은 그야말로 조선의 꿈과 좌절이었다. 소현세자가 순조롭게 즉위하여 청국에서 익힌 세계정세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정사를 펼쳤다면, 인조의 쿠데타로 야기된 그 모든 국난은 긍정되고 오히려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조와 반정의 주역들이 소현세자를 제거하고 원손마저 제거함으로써 소현세자의 꿈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조선을 개혁의 나라, 개방의 나라로 만들려던 선진적인 꿈은 소현세자와 강빈 그리고 석철과 함께 차디찬 지하에 묻히고 만 것이다.

내가 비록 이역에 와있지만 한 나라의 세자다.
네가 어찌 감히 이토록 협박하는가?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려있으니 그 따위로 나를 협박하지 말라.

(소현세자의 말 중에서)

책 속 내용 본문으로 더보기

http://book.naver.com/todaybook/todaybook_vw.nhn?mnu_cd=naver&show_dt=20060524&navert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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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사요나라님 축하드려요^^

sayonara 2006-05-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ㅁㄴㅁ 감사합니다.
알라딘 서재마을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

놀자 2006-05-2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축하드려요~
개벽이를 네이버에서도 만날 수 있군요..ㅎㅎ

sayonara 2006-05-2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솨합니다. 지난번 리뷰 1천편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던 사건 이후에 백업차원에서 리뷰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놨던건데... ^_^

마늘빵 2006-05-2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곧 나와요. ^^ 므흣.

sayonara 2006-05-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거기서 쉽고 편하게 쓰라고 어찌나 강조하던지... 님도 명심하시길... ㅋㅋ

sayonara 2006-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모두 알라딘에서의 경험 덕분이지요. ^_^
 



왼쪽 아래 귀퉁이에 제가 쓴 칼럼 '조선왕 독살사건' 추천사가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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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 / 부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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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뒤표지의 추천사들은 정작 본문을 한 번도 훑어보지 않은 저명인사들의 공치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석한 경제학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찬사들이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폴 크루그먼은 얼치기 이론가들과 호들갑스러운 선동가들의 주장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분석은 상식과 통념의 허를 꿰뚫는다.

크루그먼이 이야기하는 얼치기 이론가들이란 대규모 정리해고의 위기를 과장하는 언론인들, 점차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신케인즈주의자들, 완고하고 우둔한 경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프랑스 관료들, 현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무조건 세계화 탓을 하고 보는 정치가들...
심지어 공급중시경제학을 매개체를 찾아 번식하는 병균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폴 크루그먼의 글을 읽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거의가 가혹한 수준의 비판이지만, 대부분 논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또한 재치 있는 유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오류는 죽지 않는다. 다만 기껏해야 서서히 사라질 뿐’이라는 식의 애교 있는 표현들이 난무하며 책 전체에 흐르는 처절한 분위기를 무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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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세트 - 전5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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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불의 잔'까지만 해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오프닝은 변함이 없었다.
해리 포터는 더즐리네 집에서 작은 소동을 일으키며 구박을 받는다. 그리고는 곧 호그와트를 향해 떠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

더들리가 디멘터의 습격을 받고, 고모는 부엉이의 편지를 받는다. 더즐리 가족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마법 사건에 휘말려드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아마도 '불의 잔' 마지막에 볼드모트가 부활했기 때문일까?
이후에 펼쳐지는 사건들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것은 디멘터 습격사건이 있고, 그에 관한 청문회가 있은 다음인 3권 초반에 이르러서다.
그리고 호그와트에서는 해그리드가 행방불명되고,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와 아버지, 시리우스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던 과거를 알게 된다.

지난 4년 동안 잘리고, 죽고, 기억을 잃고, 감금당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 교수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큰 문젯거리가 된다.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대신 지금까지 나왔던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록허트와 루핀, 무디 등 전직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진이 총출동하기도 한다.

해리 포터는 시종일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른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즈카반의 죄수'편 이상으로 암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일어나지만 앞으로 펼쳐질 최후의 대결이 임박했다는 위기감과 심각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흐른다.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다가오는 위험을 애써 무시하는 퍼지 장관, 광신도나 다를 바 없는 죽음을 먹는 자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분명 어린이용 판타지지만 성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비유와 은유들로 가득한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번역은 상당히 엉망이다. 원문의 묘미를 살리기는커녕 문맥이 이상한 곳 투성이고, 제대로 된 주석이 있었으면 하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어린 독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요즘은조기영어교육도 활발한데 루나 러브군의 이름을 비꼬아서 Loony(미치광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관한 역주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음식 이름에 관한 역주들보다 말이다.

그런데 책 속의 삽화가 괴기스럽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나뿐일까?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영화 속의 주인공들과 장면들과는 달리 상당히 기괴하다. 특히 엄브릿지 교수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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