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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5.07.08 | 334p | ISBN 899114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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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극적이고, 교과서보다 교훈적인 <조선왕 독살사건>

중고등학교의 국사과목, 대학교양수업의 역사과목에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습니다. 그저 무수하게 튀어나오는 한자어와 생소한 이름들, 터무니없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각종 연도와 숫자의 조합들뿐입니다.
정말이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에는 독자의 감흥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말솜씨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진진한 왕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끔 읽게 되는 역사교양서적에서 비극적인 드라마와 영웅적인 인물을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역사적 사건과 장면들 속에도 우리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몇 소인배들의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에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기도 하고, 너무나 우직하기만 한 지도자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조선왕조 27명의 임금 중 무려 8명의 임금이 독살설에 휘말렸다는 의혹에서 시작합니다.
(독살설에 휘말린 두 명의 세자와 일각에서 주장하는 예종까지 포함시켜 무려 1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중에서 인종, 선조,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과 소현세자 등 모두 8명의 독살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선왕의 독살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단순한 흥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독살설의 이유를 생각해봄으로써 역사 이면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조상들의 예송논쟁을 소모적인 당파싸움으로 기억할 뿐이지만, 사실 예송논쟁은 단순한 형식문제가 아니었고, 왕의 정당성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논란거리였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소현세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현세자는 병자호란의 패전에 이은 삼전도의 치욕 이후 인조를 대신해 청나라로 끌려갑니다. 왕실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볼모가 되기를 자청했던 것입니다. 9년 동안의 볼모 생활 중에도 파병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면서 나라의 운명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게 이국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고 귀국하자마자 두 달 만에 의문의 병에 걸려 죽음을 맞습니다. 격동과 혼란의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자 했던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한 사나이의 애수를 느끼게 합니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만약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역사적 사실들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천재가 죽는다면 그건 진실로 크나큰 손실이며, 현명한 리더가 암살당한다면 진짜로 큰 혼란이 옵니다.
광해군이나 숙종 같은 명민했던 왕들이 요절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요?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 총명하고 예의가 바랐던 선종이 왜 커서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의심 많은 왕이 되었을까요?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역사적인 사실과 소설적 재미를 교묘하게 엮어낸 팩션(faction)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합니다.
올바르지만 따분한 가르침들을 적어놓은 교과서보다 더 교훈적이고 말입니다. 학구적인 독자들은 <조선왕 독살사건>같은 교양서적을 얄팍하다고 폄하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역사교양서적을 읽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책을 추천해주신, 네이버 책 우수 리뷰어 sayonara님!
책과 영화, 사진을 좋아합니다.
엉겁결에 찍은 개벽이 사진이 어쩌다가 네티즌의 관심을 끈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개벽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sayonara'님 네이버 블로그 <개벽이의 서재> 바로가기
역사 속 왕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나자! 책 속 밑줄긋기
잊을 만하면 출연자만 바꿔 재탕 삼탕을 하는 우리나라 TV 역사 드라마의 단골 주제는 연산군과 장희빈이다.
그러나 이들의 삶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의미도 있으며 무대도 드넓은 주제가 소현세자다.
인조반정과 병자호란 그리고 삼전도 치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도, 그 뒤에 존재하는 소현세자와 그 일가의 비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만큼 소현세자는 잊혀진 인물이다.
그가 만약 인조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면 이후 조선의 운명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조선은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는데, 소현세자는 이런 국제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물이었다.

소현세자의 꿈과 좌절은 그야말로 조선의 꿈과 좌절이었다. 소현세자가 순조롭게 즉위하여 청국에서 익힌 세계정세에 대한 식견을 바탕으로 정사를 펼쳤다면, 인조의 쿠데타로 야기된 그 모든 국난은 긍정되고 오히려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조와 반정의 주역들이 소현세자를 제거하고 원손마저 제거함으로써 소현세자의 꿈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조선을 개혁의 나라, 개방의 나라로 만들려던 선진적인 꿈은 소현세자와 강빈 그리고 석철과 함께 차디찬 지하에 묻히고 만 것이다.

내가 비록 이역에 와있지만 한 나라의 세자다.
네가 어찌 감히 이토록 협박하는가?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려있으니 그 따위로 나를 협박하지 말라.

(소현세자의 말 중에서)

책 속 내용 본문으로 더보기

http://book.naver.com/todaybook/todaybook_vw.nhn?mnu_cd=naver&show_dt=20060524&navert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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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사요나라님 축하드려요^^

sayonara 2006-05-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ㄴㅁㄴㅁ 감사합니다.
알라딘 서재마을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

놀자 2006-05-2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축하드려요~
개벽이를 네이버에서도 만날 수 있군요..ㅎㅎ

sayonara 2006-05-2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솨합니다. 지난번 리뷰 1천편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던 사건 이후에 백업차원에서 리뷰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놨던건데... ^_^

마늘빵 2006-05-2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곧 나와요. ^^ 므흣.

sayonara 2006-05-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거기서 쉽고 편하게 쓰라고 어찌나 강조하던지... 님도 명심하시길... ㅋㅋ

sayonara 2006-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모두 알라딘에서의 경험 덕분이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