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
후지와라 마사히코 지음, 이면우 옮김 / 사람과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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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방송국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던 수학자들에 관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내용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수학에 관한 부분은 비교적 간략하게 언급할 뿐이다. 오히려 수학천재를 둘러싼 시대 상황과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큰 폭의 감정적 변화를 경험해야 했던 천재들의 고달프고 영광스러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들이 백과사전처럼 해당 인물의 일생과 약력, 업적들만을 나열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수학자들의 고향과 대학을 방문하고 지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감흥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또한 수학자들의 삶과 관련된 역사 속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노벨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관한 저자의 추론이라던가, 세계 최초의 컴퓨터가 비밀에 붙여진 이유 같은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아시아의 직관으로 유럽의 예지에 도전했던 라마누잔에 관한 이야기와 평생 수학과 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영원한 진리를 갈구하는 수학과 유한한 인생을 묘사하는 문학, 양 극단의 세계를 살았던 소냐 코발레프스카야의 이야기다.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일본인 수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상대적으로 많고, 심지어 앤드루 와일즈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부분은 거의 와일즈와 일본 학자들의 공동연구처럼 씌어있다는 점이 약간 거슬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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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8-11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마누잔이 서양 수학의 기초 없이 막바로 거의 엇비슷한 성과를 내서 놀라움을 샀죠. 현대 인도 유학생들에게도 신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일본도 물리학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큼 기초학문은 한국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sayonara 2006-08-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그렇게 씌어 있더라구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이론은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발견했을테지만, 라마누잔의 업적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wow~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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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루로 라면스프를 만들고, 이런저런 식품첨가물들을 섞어서 천연의 맛이 나는 주스를 만들고, 심지어는 단무지의 아삭거리는 느낌까지 식품첨가물의 위력이라니... 이 책의 저자 아베 쓰카사씨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놀라운 사실들을 펼쳐 놓는다.
식품첨가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번다는 점에서 첨가물산업을 군수산업에 비유한다.
수많은 사례들을 읽다보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읽어 내려갈수록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게 만든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거나 포장된 샐러드를 먹는 거나 엄청난 양의 식품첨가물을 먹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도 놀랍고, 건강을 위해서 외식을 삼가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것도 가공식품을 이용하는 한 자랑할 일이 못 된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합성착색료는 쓰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얼마나 얄팍한 표현인지도 잘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집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비우고, 늘 싱싱한 포장야채와 너무 싼 가공식품들에 관한 궁금증이 마구마구 솟구칠 것 같다.
이 책이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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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8-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충격적이었죠. 삼각김밥보다 포장샐러드가 좋다고 흡족해 하던 나 자신이 어찌나 같잖던지... ㅠㅠ
 
괴상한 해초 - 박미경 잔혹소설
박미경 지음 / 상아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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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 ‘잔혹소설’이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스티븐 킹 스타일의 하드고어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에게는 그리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단편과 또 한편의 단편은 놀랍도록 오싹하고 흥미진진하다.
터무니없는 양의 출혈과 사지절단이 난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여오는듯한 공포와 스릴감은 한국형 공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장편탐정추리소설을 준비중인 작가가 컴퓨터 통신에 연재했던 글답게 대부분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으며, 너무 상투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기는 하다.
‘실종된 다큐멘터리 촬영 팀의 실종에 관한 사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재미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작품집의 특징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서’나 ‘악몽’같은 경우는 아무리 둔감한 독자라도 그 결말을 100%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기괴하고 은근한 공포감이 읽는 이의 심장을 조여 오는 듯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기 힘들만큼 재미있다.
그 결말을 알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악몽’, 비극적인 인과응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반전이 눈에 띄는 ‘장닭’, 초반에 해학적인 면마저 느껴지는 ‘누드 베키아’, 끈적하게 이어지는 내용의 ‘버섯’과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다소 어이없고 황당할 수도 있는 범행의 전모가 드러나는 ‘괴상한 해초’까지 버릴 것이 거의 없는 훌륭한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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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았죠^^

sayonara 2006-08-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런 괜찮은 작품들이 꽤 됩니다. 단지 made in KOREA란 이유 때문에 통신소설 정도로 흘러가 잊혀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지요.
(귀XX의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 광풍을 불러 일으킨 것은 비극이지만...)
 
고종완의 부동산투자는 과학이다
고종완 지음 / 다산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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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광고와 찬란한 호평에 큰 기대를 품고 집어든 책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률 1000%에 도전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뻔한 이야기들이 많다.
강남 부동산의 강세, 신도시의 주택마련, 조망권의 부상...
이런 내용들을 다루면서 굳이 ‘부동산은 과학’ 운운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부동산 법규, 금융제도, 가격결정요인 등 워낙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그 어떤 분야도 제대로 파고들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을 다룬다는 점도 아쉽다.

그래도 간혹 유용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간의 대체성과 보완성 언급이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꽤 많은 분량을 강남 얘기에 할애한다.
왜 자꾸 강남, 강남 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강남권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할 수 있는 독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할텐데 말이다. 각종 언론매체들이 강남 이야기만 떠드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진지하게 부동산 투자를 논하는 책에서까지 그러는 것은 좀 과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강남, 앞으로 10년 더 간다'는 식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결국 이 책은 강남이나 판교같이 최근 부동산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시류에 영합하려는 얄팍한 부동산 서적이 되고자 했던 것일까?

그리고 과연 영어와 각종 인프라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도시가 동남아 경제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는지, 역모기지론의 높은 금리에 대한 문제 등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를 단순히 부동산 측면에서만 접근하느라고 중요한 점들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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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8-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몇쪽 뒤적거려 보고 안샀던 책입니다. 책 시장에도 거품광고,거품리뷰,거품제목 들이 넘 많은것 같아요.

sayonara 2006-08-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 나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이지.. 제목이 너무 거창했어요. ^^;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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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과 주제는 거창하지만 정작 본문의 내용에는 알맹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단점으로 생각해왔던 한국인이 성향이 뒤집어 보면 장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어떻다는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매사 그런 식으로 보자면 ‘소심하다’는 것은 ‘신중하다’는 것이요, ‘조용하다’는 것은 ‘젊잖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획팀은 우리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을 경계하며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갈등요인에도 긍정적인 요소는 얼마든지 있고, 그 갈등과 모순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업 간 경쟁으로 세계 1등이 된 우리 기업이 몇 개나 되며, 왜 삼성전자가 LG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일류기업이 되었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소니, 인텔 같은 세계의 반도체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았던가?)
차라리 왜 현대자동차는 (삼성전자처럼) 1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남기는 도요타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는지 생각해 보는 태도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휴대폰에 카메라, MP3 기능까지 뭉뚱그린 것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도 무작정 공감하기 힘들다.
그건 제조회사의 상술 때문이 아닐까? 지금 당장 옥션의 휴대폰 코너에 들어가 보면 저렴한 가격의 단순기능 휴대폰은 입찰자가 몰려서 조기 마감되는 반면, 다기능의 고급 휴대폰은 인기가 없다.

그리고 본문에서 열광하는 시청 앞의 레드물결과 촛불시위가 잠깐의 뉴스거리나 무질서 말고는 무엇을 남겼는지도 잘 모르겠다. 월드컵 거리응원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촛불시위가 어떤 성과를 이끌어 냈는지 말이다. 그저 일회성 소란에 불과하지는 않았을까?

1907년 국채보상운동 때 금연과 현금 모으기가 남성들의 참여 위주라고 반발했던 여성들이 부인회를 조직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 남녀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는데, 과연 이런 미덕이 21세기의 한국여성들에게도 유효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문이 남는 책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얻을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추천사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감동, 그 자체”까지는 아니지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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