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미래
제러미 시겔 지음, 윤여필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진정으로 훌륭한 책들은 독자들이 갖고 있던 막연한 상식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경쟁력 운운하며 자기만의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떠들고 있을 때 권영설씨는 '직장인을 위한 변명'에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전문가들이 자아와 성취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잭 웰치는 자서전에서 적절한 보상(돈)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제레미 시겔은 이 책에서 성장과 고령화 배당, 세계화 문제 등을 언급하며 투자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도표와 그래프 같은 수많은 자료들로 채워져 있지만 시겔이 주장하는 바는 늘 간단명료하고 직관적이다.
순이익, 매출, 시장 가치 등 모든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들 주식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식의 장기 투자는 해당 기업의 실제 순이익 성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순이익 성장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기대 성장률의 차이에 의존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중요한 것은 항상 버블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이라고 단언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인데, 우리나라의 언론과 학자들도 뜻도 모를 경쟁력, 웰빙, 블루오션, 가치투자 운운하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썼으면 좋겠다.

 제레미 시겔의 '투자의 미래'는 장기적인 투자를 고려하는 독자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는 명저라고 생각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가치투자' 운운하며 장기투자하자고 하는 책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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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02-2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꽤 괜찮은 책입니다. 여러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sayonara 2007-02-2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좀 호들갑스럽기는 해도... 고만고만한 언론인, 학자들이 보여주는 상상력(안목)과는 비교가 되질 않더라구요.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었습니다. ^_^
 
세일즈맨 1
허영만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허브 코헨이 말하길 최고의 협상은 받는 것 이상으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는 먼저 고객에게 베푼 다음에 그들의 구입을 기다리는 방식, 예를 들자면 곧 차를 구입할 것 같은 고객이 아니더라도 카탈로그나 매뉴얼을 구해주는 노력에 관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약삭빠르고 똑똑해져서 이런 식의 구닥다리 영업방식이 쉽게 먹힐 것 같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허영만의 '세일즈맨'을 읽으면 다소 낡은, 어떻게 보면 90년대의 풋풋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길가에 고장 난 차를 고쳐주고, 붕어빵 장사를 돕고, 다리 위에 올라간 친구를 구하고, 거리에서 아픈 여학생을 병원에 데려가는 식의 착한 일을 하면 그 보답으로 꼭 차를 한대씩 팔게 되니까 말이다.

당시 처음 시작하던 쓰레기종량제, 한창 날리던 명문야구팀 해태 타이거즈, 초창기 시절의 핸드폰 통화불량, 주택의 개념이 소유가 아닌 거주로 바뀌었다는 사고방식 같은 90년대의 분위기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영업사원이라는 약점을 잡아서 이런저런 잔 부탁을 일삼는 고객, 도둑놈(산업스파이) 취급을 받기도 하는 세일즈맨들의 애환은 21세기에도 변함이 없다.

8권의 '포장마차'편에서는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점차 경쟁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더욱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직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세일즈맨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공 차세일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동시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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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02-2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는 시마시리즈 읽다가 이것 보면 좀 허망하더군요.. 노력 열심히 해라는 식의 메시지 이상 가지를 못하죠. 기업의 낮은 수준에서 맴돌다마는 그런 아쉬움이 남더군요

sayonara 2007-02-24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새는 일찍 일어나봤자 벌레밖에 못잡는다.'
왠지 그런 말이 떠오릅니다. ㅎㅎㅎ ^^;
 
소프라노스 시즌 1 박스세트 (4disc) - [할인행사]
닉 고메즈 외 감독, 제임스 갠돌피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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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 사회와 가정 문제를 가장 잘 풍자했다는 드라마 '소프라노스' 시리즈의 첫 시즌은 가족과 조직의 문제는 물론 90년대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과 어려워지는 사업 환경, 허구한 날 투덕거리며 다투기만 하는 아내와 딸, 요즘의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구세대, 버릇없고 예의도 없는데다가 서투르기까지 한 신세대, 물러나야 할 때를 모르는 노인네들과 이런저런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애송이들...

그리고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년의 가장이 그 한가운데에 있다.
고민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 같고, 이런저런 책임감들로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어디 하나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이웃의 주민들과 어울리려고 해도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면서 어린 시절 놀려먹던 왕따 친구를 생각하기도 한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문득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을 틈도 없이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머리가 터질 것만 같고, 가끔은 정신을 잃을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곧바로 끝장(!?)이다.

이런 일들은 굳이 마피아가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의 가장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고민들이다.

10대 소녀가 스캇 울리치('스크림'으로 유명해진 짝퉁 조니 뎁)를 봤다고 좋아하는 장면이나, LD로 영화를 즐기면서 새로운 매체인 DVD를 못미덥게 생각하는 장면들에서도 90년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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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프리맨 1
이케가미 료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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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등장인물들과 남자의 성적욕구를 마음껏 충족시켜주는 늘씬한 미녀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온몸을 던져 열연(?!)을 펼친다.
조직 간의 싸움에 군함, 대공포, 비행기는 물론 대형잠수함까지 등장하면서 거창한 스케일의 정점을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괜찮은 이유는 남성의 사랑과 야망, 복수, 비운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성인 만화다.
재능 있는 도예가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킬러가 되고, 다시 조직의 보스가 된다.
다른 조직들과 싸우고, 후계자 다툼을 해결하고, 조직을 유지하면서 아프리카의 테러단체, 특수부대 출신들과도 대립한다.
조직원들은 몸을 던져 보스를 구하고, 재색을 겸비한 여인은 주인공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과 정성을 다한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뻔뻔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하지만 역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황당무계함에는 쉽게 적응이 되질 않는다.
왜 여두목은 별 이유도 없이 웃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며, 남자주인공은 왜 꼭 전라로 싸우면서 등의 용문신을 과시하는 걸까?
또한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하게 생겼을까? 특히 주인공 요와 잠깐 등장하는 무라타는 쌍둥이 형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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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레인 Blood Rain 1
무라오 미오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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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튀어나오는 나방, 음산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만약 영화였다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을 테지만 만화로 읽으니 어째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블러드레인’의 장면들 또한 뻔하디 뻔한 하이틴 호러무비를 보는 것 같다.
살인자에게 습격당한 피해자는 친구들이 왔을 때 설명조차 못한 채 보복을 당한다. 아무리 성대와 손가락이 다쳤고, 한번 무시당했다고 해도 자신이 습격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 좀 그렇다.

여기저기 어설픈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간혹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범인을 목격한 링코는 열심히 범인을 ?아가다가 범인이 칼을 꺼내들자 허겁지겁 뒤돌아 도망친다.
여자는 남자를 찾아와 죽이러 왔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남자를 덮치며 응응을 요구한다.-이러쿵저러쿵 설명은 하지만 단지 성인물을 만들기 위한 억지 설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사연과 원한이 얽히는 초반의 이야기는 뻔한듯하면서도 그럭저럭 읽을 만했다.
중반부터는 이야기가 좀 조잡해지는 것 같다가 다시 새로운 반전이 펼쳐지고, 이야기는 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러다가 최면이 자꾸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다시 허접해진다.
어쨌든 단순한 원한 해결의 복수극 같았던 이야기는 '사이코 서스펜스'라는 광고 문구에 걸맞게 복잡하고 두서없는 양상을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작가 자신도 수습하기가 어려웠나 보다.
마치 최면과 세뇌이라는 소재가 만능열쇠처럼 취급되고, 그것도 모자라 사건이 조금 중구난방 해진다 싶으면 새로운 인물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마지막의 장면들은 더 애처롭다.
한눈을 팔고 있다가 석유 냄새를 맡고서야 알아차리고, 연립빌라에서 웬 기둥이 무너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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