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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1
허영만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허브 코헨이 말하길 최고의 협상은 받는 것 이상으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는 먼저 고객에게 베푼 다음에 그들의 구입을 기다리는 방식, 예를 들자면 곧 차를 구입할 것 같은 고객이 아니더라도 카탈로그나 매뉴얼을 구해주는 노력에 관한 사례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약삭빠르고 똑똑해져서 이런 식의 구닥다리 영업방식이 쉽게 먹힐 것 같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허영만의 '세일즈맨'을 읽으면 다소 낡은, 어떻게 보면 90년대의 풋풋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길가에 고장 난 차를 고쳐주고, 붕어빵 장사를 돕고, 다리 위에 올라간 친구를 구하고, 거리에서 아픈 여학생을 병원에 데려가는 식의 착한 일을 하면 그 보답으로 꼭 차를 한대씩 팔게 되니까 말이다.
당시 처음 시작하던 쓰레기종량제, 한창 날리던 명문야구팀 해태 타이거즈, 초창기 시절의 핸드폰 통화불량, 주택의 개념이 소유가 아닌 거주로 바뀌었다는 사고방식 같은 90년대의 분위기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영업사원이라는 약점을 잡아서 이런저런 잔 부탁을 일삼는 고객, 도둑놈(산업스파이) 취급을 받기도 하는 세일즈맨들의 애환은 21세기에도 변함이 없다.
8권의 '포장마차'편에서는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점차 경쟁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더욱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직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세일즈맨의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공 차세일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동시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