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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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탁월한 이야기꾼'인 성석제는 이번에도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흥미진진하며 나름대로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잃어버린 인간'은 현대인의 인간소외를 다루었다고 그럴듯하게 말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토록 거창하게 평가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우리들이 주변에서,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씁쓸한 광경이기도 하다.

'만고강산'은 적당히 질서 있고, 적당히 부패한 강산 마을에 뇌물과 아부를 모르는 신임 총경이 전근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대쪽 같은 신임 청장을 달래며 회유하고, 힘을 모아 대항하는 이야기다.
마지막에는 오 헨리의 단편처럼 훈훈한 반전이 있다.

'저녁의 눈이신'은 월드컵 열풍이 채 가라앉지 않았던 2002년 가을에 발표된 작품이다.
변두리 마을의 축구시합을 그린 이야기인데, 좀 장황하고 산만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이외의 나머지 단편들도 개성 있고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괜찮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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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샐러드
안병기 지음, 정창익 그림 / 이가서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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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영어에 능숙한 사람도 미국에 처음 가면 식당 종업원이 말하는 "Soup or Salad?"가 "슈퍼 샐러드"로 들린다는 제목이 재미있다.

확실히 이 책의 정체가 애매하기는 하다.
미국식 생활 영어를 다룬 책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미국의 생활 방식을 설명한 책이라고 보기에도 너무 수박 겉핥기식이다.

하지만 딱히 이 책의 정체를 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가볍게 읽으면서 유익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막상 닥치면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소중한 표현들, 기본적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할 생활영어들을 건질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간단한 영어 표현들과 더불어 아플 때, 배고플 때, 여행할 때, 쇼핑할 때 필요한 각종 배경지식들까지 꼼꼼하게 수록하고 있다.

광고 전화처럼 필요 없는 전화를 금방 알아보는 방법, 야드 세일에서 좋은 물건을 건지는 법 등은 특히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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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계부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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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20년 전에 산 것, 세탁기는 15년 전에 산 것...
우리 모두 그렇게 아끼고 근검절약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는 누구나 뻔히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궁상맞고 구질구질하게 사느니 CF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냉장고 하나 갖고 싶고, 남들 다 있는 중형차를 타고 싶다. 김치냉장고 정도는 필수고, 공기청정기까지는 몰라도 에어컨 한 대는 꼭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짧은 인생. 구질구질하게 살면서 전자제품 하나도 못 사면... 의미가 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당장은 여력이 없더라도 할부로 사면 충분히 가능하다. 요새는 무이자 할부 카드도 많지 않은가.

재테크에 관한 대부분의 상식이 이런 식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복잡한 지식이나 어려운 공부가 아니라 강철같은 의지와 남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는 굳은 심지이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라고 권하지만 실생활에서 몇 번이나 써보고 그렇게 강추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써보면 체크카드는 불편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7억짜리 집이 결코 내 주머니에 있는 7억의 현금이 아니라 또 다른 집을 얻기 위해 나갈 돈이라는 구절만큼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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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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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에는 유독 우리나라에 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이나 미 정부의 규제 때문에 서울같은 도시가 유전학 연구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 등장한다.
이 작품이 유전자 조작에 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 이후 가장 뛰어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이라는 찬사는 너무 많이 과장된 표현이다.
'넥스트'는 '쥬라기 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작품이며, 범작에 속했던 전작 '먹이'와 비교해도 훨씬 재미가 없다.
시작부터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어지럽게 등장하더니, 누가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건들을 일으킨다. 비슷한 서사 구조의 영화를 찍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이해가 되었었는데, '넥스트'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네들을 대부분 완고하고 어리석으며 지각없는 사람들로 그려 놓았다. 당연히 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갈등관계가 흥미로울 리 없다.

한때 박진감 넘치는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SF 걸작들을 써왔던 마이클 크라이튼은 과장된 설정과 억지스러운 캐릭터로 밀어붙이는 댄 브라운의 수준으로 전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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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의 살인 - 셜록 홈스의 또 다른 이야기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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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의 장점은 매우 많다.
우선 코넌 도일의 솔직하고 소탈한 일화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고, 대부분의 작가들이 오리지널 캐릭터의 성격과 사건의 구조를 충실히 재연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그 트릭은 식상한 편이고, 문장은 지루하다.

‘케이프타운에서 온 남자’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한 애매모호한 반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 구조다.

독살 사건에 관한 ‘주 경계의 민들레 사건’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장황했다.

‘세넨 코브의 사이렌’은 실제 작품들을 절묘하게 언급하는 센스를 보여주며 셜록 홈즈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왓슨의 냉소적인 참견과 ‘명탐정 코난’ 수준의 트릭이 못내 아쉽다.

‘피 묻지 않은 양말’에는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의뢰인에게 냉소하고, 홈즈에게 분노하는 왓슨은 진짜 왓슨이 아니다. 진짜 왓슨은 간혹 의심할지언정 냉소, 짜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익명작가’의 오프닝에서는 반짝 빛나는 홈즈의 추리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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