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품을 받아보면 가격에 비해 묵직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박스를 열어봐도 구색 맞추기 샘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푸짐한 구성이 구매자를 기쁘게 한다. 요즘은 덜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용 화장품은 자극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일부 싸구려 스킨은 볼에 닿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강렬한 향이 진동을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여성용을 사용하거나 다소 비싸더라도 덜 자극적인 제품을 찾아 사용했다. 황보영 세트는 기존 남성 화장품 특유의 자극적인 느낌이 전혀 없을뿐더러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감촉도 뛰어나서 화장품이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겉도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촉촉하고 매끄럽게 잘 스며든다. 포장용기부터 향기, 감촉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황보영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국내에서 ‘보랏빛 소가 온다’ 2편으로 출간된 것은 좀 부적절한 일이다. 원래의 제목인 ‘공짜 선물’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표현하고 있으며, 본문에서 다루는 내용 또한 보랏빛 소가 오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이미 와 있는 보랏빛 소를 어떻게 적용하고 조직화하는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작가의 전작 베스트셀러의 제목을 딴 것이 이 책의 성격을 한정시키는 단점이 되는 것 같다. 세스 고딘은 독자가 생각해 낸 혁신이 조직사회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보다 그것을 실행하고 적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조직에 아이디어를 설득시키는 사람을 ‘챔피언’이라고 표현한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과정은 마치 혁명을 성공시키는 과정만큼 어렵고 힘이 든다. 명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주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변화시켜야 하고, 복지부동 조력자들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한다. 저자는 그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실행력과 훈련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짜선물이 차별화 전략과 어떻게 다른지같은 의문점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거창한 아이디어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 또한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인내심 넘치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노력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노력을 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진대제씨를 보면 그 노력이라는 것도 재능이 있어야 하는 생각에 주눅이 들 정도다. 그는 스스로 '항상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 이상의 대가를 받았다는 겸허함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인생은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이다. 40년 동안 안고 살게 된 사타구니 습진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던 학창시절, 저녁 때 10원짜리 크림빵 하나를 사 먹는 게 소원이던 어려운 시절, IBM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다가 '일본을 삼키겠다.'는 각오를 품고 삼성전자로 옮긴 일, 정통부 장관 시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부처의 예산을 자체 줄인 일, 그의 삶은 명민한 한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과 끈기로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렇게 모범적인 사례만 언급하는 도덕 교과서 같은 책은 아니다. 중국기업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을 인수해서 큰 수익을 얻은 사례를 언급하며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독자들을 크게 깨닫게 한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부천공장 매각 협상에서 보여준 페어차일드측의 고압적인 태도에 질려서 이후 그들의 만남을 끝까지 거절한 일도 무척 인상적이다. 용서와 화해를 가르치는 건전한 자기계발서적에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경험이 진솔한 자서전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다. 아쉬운 부분은 장관 취임 당시의 자녀들 이중국적 문제, 재산문제를 언급하며 그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얼버무리는 부분이다. 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던 사람이 기자회견 자료를 준비 못해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는 것이 좀 아쉽다.
정교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완벽한 스릴러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스릴의 향연이 펼쳐진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40대의 직장인 찰스는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자신이 타야 할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타게 됩니다. 그 안에서 그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여인 루신다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급격히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불륜의 현장에서 강도를 당하고, 이후 찰스의 삶과 가정은 탈선과 추락을 거듭하게 됩니다.
<탈선>의 주인공은 평범하고, 소재는 뻔합니다. 초반의 이야기는 예측 가능하고, 이후 사건이 흘러가는 방향도 그저 그렇습니다. 주인공 찰스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범죄 사건에 말려들게 되고, 범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듭니다. 주인공이 실수를 했으니 죗값에 해당하는 고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하지만 또 주인공이니 범인에게 받은 만큼 되갚아주어야 합니다.
<탈선>은 스릴러의 공식, 아니 소설의 공식에 충실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한마디로 소재와 구성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작품입니다. <탈선>이라는 너무도 평범하고 민숭민숭한 제목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시겔의 이 작품은 놀랍도록 재미있습니다. '한 번 잡으면 눈을 뗄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라고 자화자찬하는 소설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탈선>이야말로 진정한 스릴러의 경지에 이른 걸작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흐름이지만 그 과정이 박진감 넘치고, 짐작 가능한 반전이지만 그 구조에 정교함이 살아있습니다. 그 구성과 흐름이 보기 드물게 탄탄한 <탈선>은 거의 완벽한 스릴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설정이 결국에는 커다란 사건의 단초가 되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던 설정이 나중에 가서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뒤집힙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갈등과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독자의 혼을 빼 놓습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사건들은 계속 꼬여가고, 잠깐 안도의 숨을 내쉴라치면 또 다시 사건에 휘말립니다. 작가는 마치 롤러코스트를 조종하듯 독자의 심장을 쥐고 흔들어댑니다.
한 관계자는 제임스 시겔을 가리켜 제임스 패터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작가라고 칭찬했지만 이 작품의 재미를 생각할 때 그 말은 오히려 약소한 칭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대가들에 비교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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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정교함을 선사하는 초정밀 밀실트릭
고층빌딩 최상층, 이중강화유리로 된 유리창, 적외선 센서와 고성능 감시카메라, 그리고 비밀번호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엘리베이터, 이중 삼중의 철문, 복도에서 지키고 있는 세 명의 비서. 옥상으로부터도, 창문으로부터도, 천장이나 배기구로부터도, 계단으로부터도, 또한 복도로부터도 침입할 수 없는 완벽한 밀실.
어느 누구도 출입한 흔적이 없는 이곳에서 사장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직접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살해됩니다. 가히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불가능 밀실 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 중에는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고, 읽고 나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드는 작품이 있습니다. <유리 망치>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께는 쉽게 시작하기 어렵고, 두 주인공이 엉터리 추리를 계속하며 암중모색하는 과정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선 떠오른 용의자는 최첨단 하이테크 머신과 간병 교육을 받은 원숭이. 하지만 곧 트릭은 그렇게 만화적이지 않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초정밀 밀실살인은 그런 식의 유치한 트릭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 의외로 간단한 범죄수법…….
정통추리소설에 가까운 1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범인의 드라마틱한 사연과 범행 과정이 펼쳐지는 2부도 재미있습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두 주인공이 기계적으로 추리만 되풀이하는 1부보다는 하드보일드풍의 2부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면 불가능 범죄와 너무도 간단한 트릭에 한 번 놀라고, 회한과 원한으로 가득 찬 범인의 삶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XX이란 유리로 만든 흉기처럼 쉽게 바스러지기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제목은 추리소설 사상 가장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스 커튼은 쳐져 있었지만 가운데가 조금 열려 있었다. 방 안은 어둑했다. 수도고속 쪽으로 난 북쪽 측면은 유리창에 낀 때가 심했다. 샴푸를 세제가 든 물통에 적셔 유리에 거품을 발랐다. 통증을 참으면서 천천히 거품을 쓸어모으는데, 갑자기 오른손에서 스퀴지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커튼 틈새로 믿지 못할 광경이 시야에 뛰어 들어온 것이다. 깜짝 놀라 얼굴을 창문 가까이 가져가니 방 저 안쪽, 문에서 바로 가까운 위치에 엎어진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꼼짝도 하지 않았고, 숨을 쉬는 낌새도 없었다. 살아 있는 걸까? 창 밖에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 좀 망설이다가 주먹으로 유리를 두드려 보았다. 둔탁한 소리가 났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깐 주저하다가 인터폰에 손을 뻗었다. "어이, 거기 있나?" 긴박한 장면인데도 농담이나 하는 고참처럼 태평스레 부르는 소리다 싶었다. "네?" 한참 만에 후배가 응답했다. "큰일났어. 얼른 경비실에 연락해 줘." "무슨 일인데요?" "사람이 쓰러져 있어. 최상층 북서쪽 방." "쓰러져 있다고요?" "일일이 대꾸하지 말고 빨랑 달려가!" 창닦이 청년이 소리치자 후배는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발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을 그대로 두고 달려간 모양이었다. 창닦이 청년은 다시 한 번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눈길을 주고, 오싹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어느 모로 보나 시체가 틀림없었다. (46쪽)
인생을 포기하기는 쉽겠지만, 죽은 뒤 그것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지금이 최악의 시기일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무슨 짓을 하든 견뎌내야만 한다. (3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