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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원폭피해자들의 가족이 장애원숭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들을 엮은 사진집 '다이고로야 고마워'의 서평을 쓸 때에도 언급한 표현이지만, 이 책 또한 인스턴트식 감동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꽤나 호소력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정서적인 면에서 따져본다면 '연탄길'시리즈는 고만고만한 정도가 아니라 감동의 도가니탕을 선사할만큼 눈물겹다. 하지만 실화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는 저자의 멘트가 오히려 더 픽션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한다. 뺑소니운전자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재로 죽었다는 이야기같은 것들이 정말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그토록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이야기라면 왜 주인공이나 제보자 정도는 밝혀주지 않았을까!?
실화가 아니라고 해서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닐테고 동화라고 해서 실망했다는 것은 지은이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마치 '우동 한그릇'의 이야기가 실화가 아니었다고 밝혀진 뒤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혔던, 그런 가벼움을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애써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라고 강조하는데,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나 작위적인 이야기들이다.어쨌든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잘 팔리는 소재이니까 말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처럼 '연탄길'시리즈 또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서 우리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처지이고 가진 것이 많은지 알게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책일 것이다. 나눠주는 기쁨도 배울 수 있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었던 사연은 1권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서로 민망하지 않은 방법으로 음식을 주는 중국집 아줌마의 이야기이다. 가볍게 던져주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얻어먹는 입장에서는 그것 또한 참으로 괴로운 일일지도 모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일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1권에 비해서 2권, 3권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감동의 깊이가 낮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