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거라 청목정선세계문학 15
헤밍웨이 지음 / 청목(청목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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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헤밍웨이, 윤종하, 삼성판 세계문학 전집 32, 1983년 중판

[무기여 잘있거라] 헤밍웨이, 김종철 역, 청목, 1989년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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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살인자]를 꼭 읽어보라는 추천을 받고, 책을 구해 보려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필사본이 있어 읽어봤지만, 왜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힘들게 헌 책을 구해서 다시 읽어보았다. “하드보일드의 특색이 두드러진 (헤밍웨이) 단편 중의 명작”이라는 책 소개를 읽으며 왜 명작일까를 생각해봤지만,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었다. 동시대에 살았던 경쟁자 포크너와 비교하면 약간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비평가들이 말하는 헤밍웨이나 포크너 소설의 특징을 알려면 영어 원서로 읽어야 한다. 번역서로서는 참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두 대가의 책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는 명확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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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11쪽 분량의 단편소설이다. 식당에서 벌어진 3시간 정도의 상황을 화자의 개입 없이 등장인물의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반면, [에밀리에게 장미꽃은]는 같은 분량임에도 화자가 적극 개입해서 방대한 사건들을 함축적으로 이끌어간다. [무기여 잘있거라]와 [성역]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두 이야기 모두 표면적으로는 아이를 출산하기까지의 이야기지만, [무기여 잘있거라]가 표면적인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쫓아가는 반면 [성역]은 회상부분이 많아서 시간의 흐름이 좀 더 복잡하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헤밍웨이 소설에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포크너의 소설에서는 조금은 복잡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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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너가 다양한 단어와 단어를 수사법으로 연결해 독자들의 감동을 이끌어 낸다면, 헤밍웨이는 수사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간단한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낸 서사 자체에서 감동을 만들어 낸다. [성역]은 곳곳에 나오는 멋진 문장에 반해 전체 줄거리를 놓쳐버릴 수도 있지만, [무기여 잘있거라]는 신문기사처럼 따분하지만 책을 덮을 때 밀려드는 감동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주인공이 후퇴명령을 받고 퇴각할 때 벌어지는 사건들은 화자의 감정도 주인공의 감정도 철저하게 절제되어 있지만, 전쟁의 참상은 독자에게 직접다가 온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던 그 책인 것 같다. 그 당시 텔레비전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책을 읽었는데.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물음은 “왜 예쁜 여자는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가?”였다. 20년이 더 흘러 다시 읽어보니 전쟁의 참상만 눈에 들어왔다. 20년 후에는 어떤 느낌일까. 아니 20년 후에는 원서로 읽어보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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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몸 프로젝트 - 대충 옷을 걸쳐도 핏이 사는 남자 몸 트레이닝 가이드
파프짐 지음 / 미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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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몸 프로젝트] 파프짐, 미호, 2012

 

장동건도 이젠 중년이다. 조금은 한가한 토요일 밤, 야식을 먹으며 꽃중년이라고 불리는 장동건을 봤다. 남들의 눈에는 멋지게 보였을지 몰라도 내 눈에는 어색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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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보다는 이 책의 저자가 더 멋있다. “대세는 잔근 육이 빛나는 슬림 보디”라고 외치는 저자들은 좋지만, “인생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도약”의 자극과 동기부여가 [간지몸 프로젝트]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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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두는 잘못 알려진 다이어트 상식과 식단에 관한 이야기다. 인터넷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고, 어쩌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실행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은 인터넷과 책의 신뢰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개인 블로그에 있는 정보들은 출처도 불분명하고 글쓴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것이라면, 책에는 (물론 모두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출판사의 신뢰도까지 더 해진 상태에서 공개적인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로그의 글보다는 신뢰도가 더 높다. 장동건보다 멋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사람들이 의견을 모아 책을 만든 것은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장동건보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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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사진부터, 책 속 사진의 주인공은 파프짐이다. 파프짐은 “올바른 피트니스 문화를 만들고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운동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퍼스널 트레이닝 코칭팀‘이다. 영화나 드라마, 화보 촬영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을 교재로 사용하는 전문가들이 의견을 취합해서 만든 것이니, 운동법 또한 믿음직스럽다. 특히 스틸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운동법마다 QR 코드를 삽입해 놓아. 손쉽게 동영상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다. 책의 특성상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한두 번 연습한다고 쉽게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은 어려운 자세나 회사나 학교에서 점심 먹고 나서 해 볼만 것들은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눈으로 다시 익히고 몸에 기억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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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몸’은 ‘간지남’에서 나온 말 것 같다. 두 단어 모두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주말 드라마에서 장동건이 연기하는 ‘날렵한 몸매의 멋쟁이 건축사’를 뜻하는 것 같다. 책 중간 중간에 젊은 남자 기준의 옷 잘 입는 법부터 소품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드라마 주인공을 염두해 둔 것 같다. 내 눈에만 장동건이 어색해 보이는 것일까. 꽃중년이 인기라고 하지만 마흔 살의 장동건이 아무리 멋지게 입어도 20살의 젊은이들과 경쟁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장동건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젊은이 있다. 같은 또래인 내 머릿속에 20대의 장동건이 너무 깊이 박혀 젊은이 흉내를 내는 지금의 그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매달 헬스클럽에 꼬박꼬박 등록만 하는 배 나오고 돈 없는 텍스트주의자의 질투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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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헬스클럽에 다니더라도, 인터넷에 좋은 정보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좋은 책 한 권 정도는 꼭 사서 읽어봐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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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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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시] 김수영, 민음사, 2004

 

1981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김수영을 위하여]가 출판된 것을 보면, 김수영의 시에 뭔가가 있는가 보다. 이렇게 유명한 김수영을 처음 만난 것은 - 오래전이 아니다 - 어느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고 발췌해 둔 [풀]의 한 구절을 읽고 난 후다.

[풀]에 대해서 다시 설명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고, 누구나 공통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 아닌가. 하지만 가끔은 너무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시가 주는 느낌은 독자의 감정 상태나 시간 공간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한다. 다른 장르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찾을 수 있지만, 유독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다양한 변화는 은유나 상징, 환유, 알레고리 같은 문학적 용어를 모두 다 사용해도 설명할 수 없다. 모두 설명된다면 시에 대한 비평도 필요가 없고, 시집에 들어있는 해설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철학은 설명적 이론, 가설적 이론이 아니다. 철학은 이론구성의 작업이 아니다. 철학은 서술이다. 철학은 일상 언어의 실제적 사용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나두어야 한다. 이것이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관, 그의 메타철학이다.”[나직한 목소리] 중에서

 

이 글은 내가 닮고 싶은 한 블로거의 글이다. 그의 얼굴도 모르고, 단지 그가 쓴 책 한권과 논문 한편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매번 부딪치는 문제이기에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내 詩가 대중적?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라고 했다는 안도현 시인의 기사에서,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철학이 되다. 우리 인문정신의 뿌리 ‘김수영’”이라고 이야기하는 강신주의 책을 보면, 시인은 철학을 탐내고 철학자는 시를 탐낼 뿐 독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어떤 글이건 어떤 책이건, 특히 문학은 즐겁게 오독한 권리가 있다. 이것은 ‘독자의 권리’다. 시를 철학 위에 올리고, 철학으로 시를 규정지어, 독자를 무지한 사람으로 만드는 현실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일까.

 

김수영의 쓴 詩이지만, 내가 읽으면 나의 詩 아닌가.

201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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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주니어 클래식 11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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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용 에세이 [마르크스의 자본] 강신준, 사계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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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Kapital]은 1867년 칼 마르크스가 독일어로 썼고, 엥겔스가 영어로 번역했다. 한글 번역은 김수행 교수님의 [자본론]과 강신준 교수님의 [자본]이 있다. 독문학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노동 운동 관련 주제를 연구한 강 교수님은 독일어판을 번역했고, 경제학과 출신으로 마르크스 공황이론을 연구하신 김 교수님은 영어판을 번역했다. 같은 저자의 같은 책이지만, 한글판 이름이 다르다. 엄밀히 따진다면, [자본]으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해 보이나 번역서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동아시아에서는 책(text)의 중요성에 따라 경(經), 논(論), 소(疏)로 분류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성경(聖經) 다음으로 중요한 책이기에 [자본론資本論]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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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님은 이 책에서 “자본주의는 교환이 중심이 된 경제구조”라며 교환가치를 먼저 이야기한다. 중세 유럽의 국가들이 장기간의 전쟁과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으로 결과로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동방과의 교역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본주의도 발전했다고 본다. 맞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문헌을 보면, 그리스와 로마는 자급자족 국가가 아니다. 그리스의 폴리스들은 끊임없이 이웃을 강탈하거나 교역하면서 살았고, 로마 제국의 식량창고는 북아프리카 지역이었다. 고구려도 마찬가지다. 고구려 영토를 보자. 그 땅에서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살 수가 있었겠는가. 지금 새로 연구된 자료들에 의하면 고구려는 중계무역 중심으로 발전한 국가라고 한다. 고대국가에서 자본주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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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이론에서 교환가치는 중요하고 세계시장의 발전과 함께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마르코폴로의 이야기로 교환가치의 설명을 시작하는 논리적 역사적 비약은 청소년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지만, 역사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감흥을 주지 못한다. [Das Kapital]은, 집필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공부하면서, 직접 대면해야 한다. 마르크스가 경제학을 연구할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삶은 노예보다도 못했다. 노동자들은 신분의 자유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자유도 얻었다. 노동자들은 일을 해도 하루하루 살아갈 정도만 벌었고, 아이들도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 산업은 발전하지만, 실업자는 더 늘어났고 범죄는 만연했다. 마르크스도 돈이 없어서 자식을 잃었다. 그는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일을 해도 왜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의 핵심은 ‘이윤(이익)이 어떻게 어디서 발생하는가?’이다. 이윤(이익)과 가장 밀접한 개념이 자본이다.

 

[Das Kapital]에는 자본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현대 경제학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책에서 그 책에 필요한 정도의 의미만을 보여줄 뿐, 개념사적으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정의될 수도 없다. 마르크스가 책 제목을 [자본]이라고 쓰고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쓴 분량이 1,000페이지(마르크스가 직접 편집교정까지 한 1권만)다. 그는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썼고, 그가 죽은 후 엥겔스가 편집 출판을 했고, 지금도 학자들이 마르크스의 원고를 다시 정리 분석해서 출판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요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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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이윤(이익)의 대부분이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노동자를 “착취”하는 “흡혈귀”’자본(가)를 묘사했다. 그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철학자이며, 평소 고전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아버지였다. 그는 일반 노동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듯이, 그의 책은 혼자 읽고 이해할 수가 없다. 좋은 선생이 필요하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보다, 지금 우리는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부족하고, 부부가 일해도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기가 힘들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역사기록이래로 지금보다 더 풍요로웠던 시대가 없었을 것인데, 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적확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 [Das Kapital]을 읽는 것은 아니다. 정답이 책 속에 있다면 뛰어난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문제를 해결했지 않겠는가.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마법의 세계를 믿는 것이 아니듯이, [Das Kapital] 을 읽는다고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에 정답은 없지만, 희망은 있다.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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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소년 쌍식이 1318 그림책 1
최지혜 글, 박레지나 그림 / 글로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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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그림책 [별소년 쌍식이] 최지혜 글, 박레지나 그림, 글로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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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뜨거워졌다. 책을 덮고 잠시 내 첫사랑은 누구였던가를 생각했다. 분명 초등학교 때 그 친구였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지워져 버렸던 그 친구가 떠올랐고 얼굴은 달아올랐다. 그렇다고 이 책에 ‘첫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것이 기존의 그림책과 구별되는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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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그림책은 대부분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에 단순한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글쓴이나 그린이의 의도를 넘어, 그림이나 행과 행 사이 또는 그림과 글의 교차점에 숨어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읽어내는 노련한 독자도 있다. 이러한 숨은 의미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며 그림책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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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은 ‘첫사랑’이었지만, 글쓴이와 그린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첫사랑’과 함께 장애, 왕따, 죽음에 관한 문제들이다. 작가들이 직접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노련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그러기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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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아이들이게 선뜻 두꺼운 책을 권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그림책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림책을 오랜만에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처음에는 맘 가는 대로 읽고, 다음에는 그림을 중심으로 한 번 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쌍식이가 서 있는 대나무밭에 대나무 잎은 왜 그렇게 싱싱한지? (이 장면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지만 질감을 느껴야 한다.) 왜 주인공 쌍식이와 미현이 얼굴에 눈과 코와 입이 없는지? 이런 것들 상상하며 읽어보고,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20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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