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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ㅣ 주니어 클래식 11
강신준 지음 / 사계절 / 2012년 5월
평점 :
청소년용 에세이 [마르크스의 자본] 강신준, 사계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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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Kapital]은 1867년 칼 마르크스가 독일어로 썼고, 엥겔스가 영어로 번역했다. 한글 번역은 김수행 교수님의 [자본론]과 강신준 교수님의 [자본]이 있다. 독문학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노동 운동 관련 주제를 연구한 강 교수님은 독일어판을 번역했고, 경제학과 출신으로 마르크스 공황이론을 연구하신 김 교수님은 영어판을 번역했다. 같은 저자의 같은 책이지만, 한글판 이름이 다르다. 엄밀히 따진다면, [자본]으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해 보이나 번역서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동아시아에서는 책(text)의 중요성에 따라 경(經), 논(論), 소(疏)로 분류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성경(聖經) 다음으로 중요한 책이기에 [자본론資本論]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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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님은 이 책에서 “자본주의는 교환이 중심이 된 경제구조”라며 교환가치를 먼저 이야기한다. 중세 유럽의 국가들이 장기간의 전쟁과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으로 결과로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동방과의 교역을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본주의도 발전했다고 본다. 맞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 문헌을 보면, 그리스와 로마는 자급자족 국가가 아니다. 그리스의 폴리스들은 끊임없이 이웃을 강탈하거나 교역하면서 살았고, 로마 제국의 식량창고는 북아프리카 지역이었다. 고구려도 마찬가지다. 고구려 영토를 보자. 그 땅에서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살 수가 있었겠는가. 지금 새로 연구된 자료들에 의하면 고구려는 중계무역 중심으로 발전한 국가라고 한다. 고대국가에서 자본주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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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이론에서 교환가치는 중요하고 세계시장의 발전과 함께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마르코폴로의 이야기로 교환가치의 설명을 시작하는 논리적 역사적 비약은 청소년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지만, 역사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감흥을 주지 못한다. [Das Kapital]은, 집필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공부하면서, 직접 대면해야 한다. 마르크스가 경제학을 연구할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삶은 노예보다도 못했다. 노동자들은 신분의 자유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자유도 얻었다. 노동자들은 일을 해도 하루하루 살아갈 정도만 벌었고, 아이들도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 산업은 발전하지만, 실업자는 더 늘어났고 범죄는 만연했다. 마르크스도 돈이 없어서 자식을 잃었다. 그는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일을 해도 왜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의 핵심은 ‘이윤(이익)이 어떻게 어디서 발생하는가?’이다. 이윤(이익)과 가장 밀접한 개념이 자본이다.
[Das Kapital]에는 자본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현대 경제학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책에서 그 책에 필요한 정도의 의미만을 보여줄 뿐, 개념사적으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정의될 수도 없다. 마르크스가 책 제목을 [자본]이라고 쓰고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쓴 분량이 1,000페이지(마르크스가 직접 편집교정까지 한 1권만)다. 그는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썼고, 그가 죽은 후 엥겔스가 편집 출판을 했고, 지금도 학자들이 마르크스의 원고를 다시 정리 분석해서 출판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요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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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이윤(이익)의 대부분이 자본가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노동자를 “착취”하는 “흡혈귀”’자본(가)를 묘사했다. 그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철학자이며, 평소 고전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아버지였다. 그는 일반 노동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듯이, 그의 책은 혼자 읽고 이해할 수가 없다. 좋은 선생이 필요하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보다, 지금 우리는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부족하고, 부부가 일해도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기가 힘들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역사기록이래로 지금보다 더 풍요로웠던 시대가 없었을 것인데, 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적확한 정답을 찾기 위해서 [Das Kapital]을 읽는 것은 아니다. 정답이 책 속에 있다면 뛰어난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문제를 해결했지 않겠는가.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마법의 세계를 믿는 것이 아니듯이, [Das Kapital] 을 읽는다고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에 정답은 없지만, 희망은 있다.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