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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1 - 시 ㅣ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평점 :
[김수영 전집 1 시] 김수영, 민음사, 2004
1981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김수영을 위하여]가 출판된 것을 보면, 김수영의 시에 뭔가가 있는가 보다. 이렇게 유명한 김수영을 처음 만난 것은 - 오래전이 아니다 - 어느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시라고 발췌해 둔 [풀]의 한 구절을 읽고 난 후다.
[풀]에 대해서 다시 설명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이고, 누구나 공통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 아닌가. 하지만 가끔은 너무 고전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시가 주는 느낌은 독자의 감정 상태나 시간 공간 등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한다. 다른 장르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찾을 수 있지만, 유독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다양한 변화는 은유나 상징, 환유, 알레고리 같은 문학적 용어를 모두 다 사용해도 설명할 수 없다. 모두 설명된다면 시에 대한 비평도 필요가 없고, 시집에 들어있는 해설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철학은 설명적 이론, 가설적 이론이 아니다. 철학은 이론구성의 작업이 아니다. 철학은 서술이다. 철학은 일상 언어의 실제적 사용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철학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나두어야 한다. 이것이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관, 그의 메타철학이다.”[나직한 목소리] 중에서
이 글은 내가 닮고 싶은 한 블로거의 글이다. 그의 얼굴도 모르고, 단지 그가 쓴 책 한권과 논문 한편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매번 부딪치는 문제이기에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내 詩가 대중적?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라고 했다는 안도현 시인의 기사에서,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철학이 되다. 우리 인문정신의 뿌리 ‘김수영’”이라고 이야기하는 강신주의 책을 보면, 시인은 철학을 탐내고 철학자는 시를 탐낼 뿐 독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세상에 어떤 글이건 어떤 책이건, 특히 문학은 즐겁게 오독한 권리가 있다. 이것은 ‘독자의 권리’다. 시를 철학 위에 올리고, 철학으로 시를 규정지어, 독자를 무지한 사람으로 만드는 현실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일까.
김수영의 쓴 詩이지만, 내가 읽으면 나의 詩 아닌가.
201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