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오지 마! 나무그늘도서관 1
김현태 지음, 홍민정 그림 / 가람어린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저학년 동화 [엄마, 학교 오지 마!] 김현태 글, 홍민정 그림, 가람어린이, 2012

 

동화는 항상 유쾌한 결말을 보여준다. 특히 저학년 동화는 그렇다. 이제 글을 배우고 책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는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공간에서 차가운 현실을 어렴풋이 느낀다. 동화가 소설보다 더 쓰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동화작가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한다. 동화작가는 현실과 상상력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이들을 한 걸음 한 걸음 차가운 현실로 이끌어 간다.

 

“민지네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나이도 많은데다 몸매도 아주 뚱뚱했어요.”

 

참관수업을 앞둔 아이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다. 동화책 속 주인공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만혼이 늘어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엄마 아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조금 뚱뚱하거나 늙어 보이면 어떤가?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고 조금 젊은 옷을 입고 다니면 좋지 않은가. 부모에게는 간단한 해답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아주 어려운 문제다. 도망갈 수도 없고 숨을 수도 없는 현실. 이 동화처럼 유쾌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 답을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

더 높은 벽도 있다. 장애가 있거나 헤어날 수 없는 빈곤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 선생들마저 학교 교육의 일부를 사교육에 맡기려는 현실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열혈 선생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동화처럼 현실은 유쾌하지 않다. 본격 소설이 차가운 현실만을 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일 것이다.

요즘 동화는 본격 소설이 풍겨내는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려내고 있다. 이전에도 역사적 맥락 위에 서있거나 사회적 이슈의 상징성을 녹아내는 생활동화도 있었다. 그렇지만 동화 속에서 사소한 일상을 만나는 것은 재미가 없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외면하는 환상 속에 빠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에게 넘을 수 없는 현실을 벽 아래서 바둥거리 것을 보는 것도 재미가 없다.

작가의 고민도 독자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되고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닐까.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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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2018-02-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홍민정 작가의 동화책이 참 좋네요.^^
최근에 ˝엄마 출입금지˝라는 책을 읽었는데, 어른인 나에게도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되는 내용이었어요. 사춘기를 시작하는 자녀와 엄마사이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렸고, 함께 맞추어가는 모자관계를 무척 잘 그려놓았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동화책을 많이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