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악의 학교 2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4
제임스 패터슨 & 크리스 테베츠 지음, 김상우 옮김, 로라 박 그림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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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 제임스 패터슨, 미래인, 2012

 

어린 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우리는 그 추억 속에서 좋은 것들만 찾아내려 한다. 그렇지만 되살아나는 것은 나쁜 기억이 더 많다. 굳지 정신분석학이나 종교를 빌려 설명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나쁜 기억은 끝까지 살아남아 삶의 일부를 구성한다. 과거의 삶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즐길 수는 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당신의 귀에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감방에 당신이 갇혀 있다고 할지라도,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왕이나 가질 수 있는 그 소중한 재산을, 그 기억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릴케의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있는 말이다. 책의 형태로 묶여 있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릴케가 도움을 청한 젊은 시인에게 쓴 첫 번째 편지에 있는 글이다. 이 글을 이 책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의 주인공인 레이프 카차도리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앞서 출판된 1권은 읽지는 못했지만,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레이프가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있다. 중학교 2학년인 레이프는 사고뭉치에,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왕따다. 레이프 자신도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레오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니가 직장을 잃자 레이프의 가족은 고향을 떠나 외할머니댁으로 이사를 한다. 그곳으로 전학 간 레이프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며, 레오와 함께 ‘뉴 라이프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지만, 난관에 부닥친다. 나쁜 습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들의 선입견과 학생기록부에 적힌 사소한 기록들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어쩌면 레이프의 어린 시절도 학교생활도 ‘왕들이나 가질 수 있는 그 소중한 재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일은 꼬이지만, 레이프는 희망을 품는다. 레이프는 재능이 있기에 ‘인생을 예술에 담고 예술을 인생에 담을 방법’을 찾는다. 레이프가 그 방법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은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그 끝을 알 수 있지만, 우리 인생의 끝은 알 수 없다. 단지 행복한 결말을 소망할 뿐이다.

 

예술이나 문학에 재능이 있다면 트라우마도 즐거운 기억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은 찰나에 불과하고, 나쁜 기억은 바위에 새긴 듯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쁜 기억을 지우려고 과거를 통째로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흔적만 남은 추억을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냈다. 중학교 2학년의 이야기라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부끄럽고 창피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물론 지금도 잠재된 트라우마로 남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와 똑같은 녀석이 있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재능이 없기에 내 추억을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레이프의 삶이 소설의 허구라지만,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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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2012-08-2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청소년 소설에도 관심이 있으시군요. 하긴, 그렇다고 말씀드리기에는 관심 분야가 워낙 다양하셔서..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을 좀 훑어보다가 익숙한 이름이 있어 들어와 봤습니다.

이준입니다. 2012-08-27 22:25   좋아요 0 | URL
청소년 소설과 일반 소설을 구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이것 저것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