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한시절 붉고노란 단풍으로
내마음 끝없이 일렁이게 하더니
끝없이 일렁여 솔미치광이버섯처럼
내가 네속을 헤매며
네가 내속을 할퀴며 피
흘리게 하더니
이제 산은 겨울산이다
너는 먼빛으로도 겨울산이다

어느결에 소스라치게 단풍들어
네 피에 내가 취해 가을이 가고
풍성했던 열애가 가고
이제 우린 겨울산이다
마침내 헐벗은 사랑이다
추운 애인아
누더기라도 벗어주랴
목도리라도 둘러주랴

쌀한줌 두부 한모 사들고 돌아오는 저녁
내 야트막한 골목길에 멈춰서서 바라보면
배고픈 애인아
따뜻한 저녁 한끼 지어주랴
너도 삶이 만만치 않았으리니
내 슬픔에 네가 기대어
네 고독에 내가 기대어
겨울을 살자
이 겨울을 살자


김태정[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중에서


다시, 김태정이다
마음이 시리면 김태정이다
역시, 김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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