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고영민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어떤 미동으로 꽃은 피었느니
곡진하게
피었다 졌느니
꽃은 당신이 쥐고 있다 놓아버린 모든 것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
마음이 불러
둥근 알뿌리를 인 채
듣는
저녁 빗소리
시집 [사슴 공원에서(창비2012)]중에서
태풍 고니가 지나가는 중인가!
종일 비가 도란도란 내린다.
덕분에 봄에 몇 뿌리 심어 둔
도라지꽃을 요모조모 살펴 볼 시간을 얻었다.
예쁘다.
어여쁘다.
애쓴 일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들은 기특하다.
장하다.
척박한 땅에 여리디여린 가지로 저렇게 꽃을 피워내다니...
삶도 이와같다면.. 하는 씁쓸한 생각~
책에서나 보았던 도라지꽃을 처음 본 건
제천을 지나는 중앙선 기차 안에서였다.
산 옆으로 기차는 지나고 철로곁엔 색색의 아기별들이 흐드러져 있었다.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홀린 표정의
무식한 내게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은 투로
˝도라지꽃˝
을 알려주시던 뚝뚝하고 다정한 그 분은
안녕하신지...?
오래,
아주 오래되었다.
제주올레를 같이 걷자던 헛된 약속만 남아있다.
꽃은
하나씩 일 때와
무리로 만났을 때
어찌나 다른 표정을 가졌는지 그날 그 창가에 매달려 알았다.
그 꽃을 위해 들이는 노고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꽃은 언제 어떻게든 제 몫을 다하는데
예쁘다, 예쁘다하는
이는 제 노릇을 못하고 사는 것이다.
비 오시는 날은 노릇노릇한 전이 맛있다.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감자전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