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문태준

장대비 속을
멧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彈丸(탄환)처럼 빠르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
도무지 틈이 없는
빗속으로
소용돌이쳐 뚫고 날아가는
멧새 한 마리
저 全速力(전속력)의 힘
그리움의 힘으로
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中心(중심)으로?
아,
다시 생각해도
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2009)] 중에서


문태준시인의 시는 느릿느릿,
가만가만 읊조릴 때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그 맛이 살아납니다.
화학조미료 없이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담백한 요리처럼.
섣부른 기교를 모르는 시인의 품성을 닮아서겠지요.
시어들이 차곡차곡 마음의 곳간에 담깁니다.
‘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 마음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도
‘全速力의 힘/ 그리움의 힘’도.

한편
당신의 바깥,
나의 바깥을 생각해봅니다.
당신,彈丸처럼 빠르게 어디로 가고 있는지요?

中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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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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