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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을 줍다 ㅣ 창비시선 240
유안진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多寶塔)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釋尊)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시집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중에서
10원짜리 빼알간 동전에 다보탑이 들어있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가 되어버린 거지요.
우리 모두에게 소중했던 순간을 동전도 가졌을 터인데.
순간은 소멸되고,
기억은 동전처럼 둥글둥글 마모되어 가는 것이지요.
다보탑까지도 말이지요.
이제는 애써 허리 숙여 줍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무궁화의 1원, 거북선의 5원은 사라졌습니다.
별 게 아닌 게, 결코 별 게 아닌 것을 알면서도
속절없이 잊으며 살아갑니다.
애석하게도
다음에는 우리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체념처럼…….
하여 우리는 지금,
바로 지금을 살아야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당신이 바로 석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