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정류장 창비시선 338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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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           박성우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시집[자두나무 정류장(창비2011)] 중에서

손바닥, 혓바닥과 발바닥.

우리는 바닥을 가졌군요.

가진지도 모른 채, 무심코 끌고 다닌 바닥들이

위 로, 위로만 향하던 마음들을 일시에 물립니다.

바닥을 쳐보아야 다시 올라갈 힘을 얻는다 했던가요?

다시, 올라가야겠지요.

꽃들,

저 홀로 피었다 홀로 스러지는,

환장하게 아름다워서 서러운 봄 날,

깊고 깊은 바닥의 금들을 봅니다.

괜찮아, 괜찮아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의 위로가 다정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

찮.

다.

당신께도 엎드려 절!!!

 

 

배꼽

​              

살구꽃 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 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 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 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마당에 나와 배꼽비 본다

꽃비 배꼽 본다​

​                                      

 

목젖

평소엔 그냥 목젖이었다가

내가 목놓아 울 때​

나에게 젖을 물려주는 젖

젖도 안 나오는 젖

같은 젖,

허나 쪽쪽 빨다보면

울음이 죄 삼켜지는 젖

무에 그리 슬프더냐, 나중에

나중에 내가

가장 깊고 긴 잠에 들어야 할 때

꼬옥 물고 자장자장 잠들라고

엄마가 진즉에 물려준 젖

 

     

 

 

이번 달은 박성우시인.

그런데

 [가뜬한 잠]을 찾다, 찾다 못 찾아서

결국은 

[자두나무 정류장]이 되었는데

그 시집은 어디로 갔을까?

누구에게 선물한 것 같지도 않고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라진 [가뜬한 잠]

때문에 잠이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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