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30
김수열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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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

                김수열

바람붓으로

노랫말을 지으면

나무는 새순 틔워

한 소절 한 소절 받아 적는다 ​

바람 끝이 바뀔 때마다

행을 가르고

계절이 꺾일 때마다

연을 가른다

이른 아침

새가 노래한다는 건

잠에서 깬 나무가

별의 시를 쓴다는 것

지상의 모든 나무는

해마다 한 편의 시를 쓴다

​                   시집 [빙의(실천문학사2015)] 중에서

김수열시인의 신작 시집에서 고른 시입니다.

시인에게 새 시집은 이렇듯 나무의 시를 받아 적는 걸까요? 갑자기 그런 의문이 생기네요.

옮겨 적고 싶은 시가 너무 많아서요. ㅎ~

연두, 물이 올라오는 나무를 보는 일은 요즈음,

사월의 봄에만 누릴 수 있는 새롭고도 경이로운 발견이요,

즐거움인데 우리는 사는데 바쁘다고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계절은 지나갑니다.

세월호의 4월도……. 그렇지요.

벌써 1년이네요.

일 년……. ㅠ.ㅠ

이래서 시를 읽어야하는 것 아닐까요?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는 시를.

읽어주세요.

“ 바람 끝이 바뀔 때마다// 행을 가르고// 계절이 꺾일 때마다// 연을 가른다 ”

당신의 나무는 어떤지요? 어떤 시어로 읊나요?

들려주세요.

세상의 낮은 목소리, 수줍은 당신만의 詩를.

들어주세요.

이 봄의 찬가, 지구의 아름다운 사월의 詩를.

 

 

            

 

 

파문

하늘에서 내려오실 때

비는

잊지 않고

웬만한 것들을 손수 가지고 오신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사는 게 이런 거라고 ​

지상의 못난 것들에게

비는

한 번도

모난 걸 보여준 적이 없으시다

 

            

 

 

 

흔적

푸드덕

산비둘기​

물 마시다 날아간 자리

팔랑

팔랑​

팔랑

깃털 하나 날고 있다

날아간 듯

안 날아간 듯

있는 듯

없는 듯​


 

빙의를 읽는데

자꾸​

​세상을 받들 듯 굳건히 서서 제 자리를 지키는 큰 나무 같은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걸까?

어쩐지

.

.

.​

나의 대통령,

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이 그리운 봄 밤이다.

그쪽 세상에서 물 속에서 죽어간 어린 영혼들의 ​ 친구가 되어주시겠지.

아직

부모에게 오지 못한 ​

그들을 도와주시겠지.

꽃 몸살을 앓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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