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사지 못했지만 욕심은 나는, 그런데도 선뜻 지를 수 없는 한국 명단편집.
이미 단행본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과 거의 중복이라는 것이다.
작가로서 황석영을 좋아하고 그의 안목을 존중하기에 그가 선한 101편의 묶음 집에는 끌리지만 포화상태인 책장에 모양이 그럴싸하고 진열하기 좋은 이 전집을 구입하기엔 뭔가 걸림이 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하는 102번째의 단편이라, 고민했다.
[젤리 피쉬]의 헤이수 단편들도 좋았고, [폭식]의 김재영의 단편들도 아쉽다.
그런 고민을 그도 했겠지.
그렇지만 한국 명단편에 이름 할, 그런 단편이라면 정지아 소설집[숲의 대화]속의 ˝목욕 가는 날˝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봄빛]의 단편들도 잔잔하게 따뜻했지만 [숲의 대화]속의 정지아는 담담해졌다. 상처를 딛고, 상처속으로 걸어 본 사람만이 가질 포용성이 여유롭게 읽혔다. 60대 무렵의 박완서 작가의 글을 40대의 시선으로 쓴 듯한 단단한 필력이, 관찰자의 시선이 정지아답게 그려져 있다.
독자인 나를 소설속으로 끌어당기는 글을 좋아한다. 흡입력과 공감이 가독성을 높혀주는 유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랑에도 누추함은 없다. 당사자들에겐 고귀하고 가슴 저릿하다. 일회적인 것들이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고집스럽게 낡고 누추하고 가난하고 못 생긴 것들에 생명을 넣어 주는 작가의 일관됨이 자랑스럽다. 그것은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 할 수 없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니까.
전작을 가지고 있고 전작을 완독한 작가 중에 유일하게 101편에 속하지 못한 그녀의 작품, `목욕 가는 날`을 감히 102번째 한국의 명단편으로 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