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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주문했으니 황정은의 전작을 갖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는 전작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선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녀의 책을 처음 만난 건 [白의 그림자]로 였다.
독특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시적 운율이 살아있는 소설을 만나 신선하고 경쾌했다.
무엇보다 어리숙한 듯하면서 매력적인 은교 씨와
순정하고 따뜻한 무재 씨의 대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책을 덮은 뒤의 여운이 더욱 강렬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시어들처럼 한동안 머릿속을 떠다닌 것이다.
그렇게 빠져든 그녀의 신작을 기대하면서
˝....... 가마는 가마지만 도무지 가마는 아닌 가마라면 가마란 대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는 틈에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어리둥절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은교 씨는요,
하고 무재 씨가 젓가락으로 계란을 자르며 말했다.
은교 씨는 갈비탕 좋아하나요.
좋아해요.
나는 냉면을 좋아합니다.
그런가요.
또 무엇을 좋아하나요.
이것저것 좋아하는데요.
어떤 것이요.
그냥 이것저것을.
나는 쇄골이 반듯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좋아합니다.
쇄골을요?
은교 씨를요.
........ 나는 쇄골이 하나도 반듯하지 않은데요.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그렇게 되나요.
계란 먹을래요?
네.
무재 씨는 반으로 자른 계란을 집어서 내 그릇에 넣어 주고 나머지 반쪽을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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