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사랑 창비시선 249
박철 지음 / 창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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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

                               

                                         박철

 

내가 큰길 놓아두고

샛길 접어듦은 석양에 물든 그대 때문이라

어둠이 오기 전 나는 마지막 태양의 흙냄새

작은 열기라도 잊지 않기 위함이라

내가 멀리 길 떠날 막차를 보내고

어둠을 틈타 한적한 곳 돌아서

샛길, 샛길, 하며 목마르게 걷고 또 걷는 것은

길의 어느 한군데쯤

그대 등 돌려 나를 맞이할까, 두려움이라

 

젊다지만 나는 이미 천상의 인간

그대 거기까지 나를 따라올까

내가 곧은 길 놓아주고

샛길 험한 길 들어섬은 생의 슬픔 때문이라

슬픔만이 우리를 한결로 엮어

어느 무리 멀리 떠난 뒤에도

샛길, 샛길, 하며 한몸으로

걸어갈 수 있음이라

                                시집 [험준한 사랑 -창비]중에서

 

 

 

“팔월, 잦은 빗속에 내내 끌어안고 다니던 시집을 내려놓습니다.

폭우로 쏟아지던 백양사, 그 길 위에서 함께 젖어든 시집.

시집을 펼칠 때마다 하늘 가득 채우던 애기단풍의 별꽃들이 촘촘히 얽혀들었지요.

뜨거운 이마에 서늘하게 얹히던 손의 감촉 같은 시어들,

그 사이로 제가 걸어가야 할 샛길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해야겠습니다.

너무 오래 놀았습니다.

구월이 문 밖에 와 있습니다.

이마, 서늘합니다.”

 

오래 전(2005년) 제 블로그에 올렸던 시와 글을 옮겨봅니다.

하아~! 구월,이어서요.

무조건 가을이니까.......

“샛길, 샛길, 하며 한 몸으로 걸어갈 수 있음이라”

다시 그렇게 샛길을 찾아 걸어가야 할 시간인 게지요.

가을은 산다는 것이 축복임을 알게 해 주는 계절,

생의 구불구불한 샛길,

여기에서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

**농원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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