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학동네 시인선 57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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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로부터의 편지

 

                                       윤희상

 

이른 아침부터 언덕을 거닐며 안으로부터

울컥 차오르는 마음을 읽고 있다

그리움이거나

미움이거나

목마름이거나 그럴 테지만, 뜨겁다

이내 바람이 불어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이지만,

아픈 것은 마음이다

이제 다치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다

마다 그런 마음을 드리운 그림자를 물 위로 띄워보지만

아무도 건져서 읽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바람에게로 간다

이미, 풀어내린 긴 나뭇가지의 잎사귀들이

바람 속으로 먼저 들어서고 있다

언덕에서 바람에게 몸과 마음을 다 맡기고 있다

벌써 바람과 함께 놀고 있다

                   시집[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문학동네 2014)]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위문편지입니다.

여린 새싹으로, 꽃으로, 푸름으로, 낙엽으로,

겨울 나목까지, 해석 가능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울컥 차오르는 마음을 읽고’ 당신을 위로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상처받고 헐떡이는 우리를 달래주는 의연하고 완곡한 문장의 긴 편지.

설마, 받아 읽지 못하나요?

아니겠지요. ^.^;;

시인의 시의 집도 결국은 나무의 목숨,

여름이 시작될 무렵 출간된 따끈따끈한 시 한 편의 편지를 나무와 시인을 대신해 당신께 보냅니다.

시원한 바람 한 줌의 우표를 붙이고 폭염과 폭력의 나날,

건강하게 헤쳐가길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았으니 읽는 건 당신의 몫입니다.

**농원식구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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