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전차 창비시선 264
손택수 지음 / 창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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放心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
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젖히고

            시집[목련 전차(창비2006)]중에서

 

 


갑자기 손택수가 읽고 싶었어요

며칠 딱딱한 책들만 읽은 탓인지,
오랫만인데 좋으네요
숨구멍을 확 열어젖히 듯
어쩐일인지 근간인 나무의 수사학 보다 목련 전차를 더 자주 펴게 되네요
방심의 시간이 흘러 가고 있어요
나쁘지 않아요^^
근데 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가끔, 어쩌다 한 번이라도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해 골똘해 보겠다고
세월호 이후 마음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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