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는 서고 싶다 창비시선 209
박영희 지음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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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시집[팽이는 서고 싶다(창비 2001)]중에서

 

 

             

 

2014년이 접히는 유월,

세상사 온갖 시름을 체념하듯 혹은 달관하듯 초연하게

접어서 종이배로 강물에 띄워 보내 버릴까요?

종이비행기로 저 하늘에 날려버릴까요?

이럴까? 저럴까? 복잡한 궁리와 생각들,

접기로 합니다.

욕심에서 비롯된 집착,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

접기로 합니다.

그대여, 세상 어디에서든 근심을 접고 둥지에 들 듯 평온과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길 바래봅니다.

                                                    **농원 식구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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