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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치다 ㅣ 문학동네 시집 57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함께 젖다 2
윤제림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
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
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
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
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의자는 자꾸만 울고,
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언제나 그칠까요.
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
보고 싶은데.
손수건이 많이 젖었습니다.
그새.
시집 [사랑을 놓치다]중에서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우산을 들고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이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물씬합니다.
봄비는 종아리까지 속수무책 튀어 오르고
몰래 지켜보던 시선 홀로 들켜버리면
꿈이 깨듯 사라지고 말 풍경이, 마음 길이,
쓸쓸해서 함께 젖습니다.
.......
봄이 점점 짧아집니다.
짧아서 더 사무치게 아름다운 이 봄.
가문 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 화안한 꽃비 내리는
그대 생애 최고의 봄날이
여기서 머문 바로 오늘이면 좋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