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사귀다 문예중앙시선 12
이영광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탁본
                    이영광

평안하다는 서신, 받았습니다
평안했습니다

아침이 너무 오래 저 홀로 깊은
동구까지 느리게 걸어갔습니다
앞강은 겨울이 짙어 단식처럼 수척하고
가슴뼈를 단단히 여미고 있습니다

마르고 맑고 먼 빛들이 와서 한데
어룽거립니다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흔들고
당신의 부재가 억새를 일으켜 세우며
강심으로 차게 미끄러져갔습니다

이대로도 좋은데, 이대로도 좋은
나의 평안을
당신의 평안이 흔들어
한 겹 살얼음이 깔립니다

아득한 수면 위로
깨뜨릴 수 없는 금이 새로 납니다
물 밑으로 흘러왔다
물 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
흰 푸른 가슴뼈에
탁본하듯

                                  시집[그늘과 사귀다]중에서

 

 

                            

 

 

 이영광시인의 신작시집 [나무는 간다]를 읽다가
옛시집을 뒤적거린다.
 '흰 푸른 가슴뼈에 탁본하듯 ' 박혀온 시......
시,
시,
 시들이 풍경처럼 댕강댕강 울려댄다.
바람이 불고 흙비가 쏟아졌다 개었다 하는 2014. 3. 20.
조퇴하고 테니스엘보에 주사맞고 물리치료 하는 긴 시간,
나는 이영광, 그와 사귀었다.
날 선 그가, 그의 시가 좋구나!
이렇게 삼월, 지나간다.
한 세상, 봄이다.
아직 매화도 산수유도 만나지 못했어도 봄이다.
화안한 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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