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비시선 204
장석남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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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水墨) 정원 9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마리 날아온다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중에서

 

               ㅜ

 

지난번에 이어서 수묵정원을 올립니다.

연작시편이기도하고 이‘번짐’을 좋아해서요. ^_^

번짐,

이 단어가 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만으로도

다가오는 봄날이 희망으로 그려집니다.

여기 머문 그대도 날마다 그러시기를 기원합니다.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지는’ 순환의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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