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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펀드 -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하는 발칙한 펀드
권산 지음 / 반비 / 2013년 5월
평점 :
번번이 투자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도 은행원의 권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결국은 터무니없을 만큼 낮은 이자율에 혹시나 하고 선택했다가 역시나 실패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길게 묻어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당연하다는 듯 쓸 곳은 생겼고 처분하자니 어김없이 마이너스였다. 그래도 해지 할 밖에...
다시는, 다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펀드따위는 내 사전에 없다고 작심했다.
그런데 [맨땅에 펀드]란다.
'쳇~! 뭔 놈의 펀드를 땅에다가... 쳇, 쳇, 쳇~' 했다.
또 다시 실패할 게 뻔한 투자 위험 등급 1등급, 이라는 문구 때문에 투자를 안 한 것은 아니다. 단언컨대! 가뭄에 콩 나듯 밥을 해먹는 내가 배당 되는 농산물을 소화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책이란다.
책이라면, 그의 책은 손해 보아도 좋은 확실한 투자 이유를 가졌다.
무조건 담백하고 정갈한 맛의 글을 좋아한다.
오래 지리산닷껌에서 만난 그의 글은 그렇다. 그래서 질렀다.
'고뤠! 나도 뭐 그쯤은 치사빤쑤~ 과감하게 [맨땅에 펀드]랑께라우.'
농사짓지 않고 시골에서 사는 권산의 좌충우돌 구례 생활의 두 번째 이야기이고-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땅의 이야기이다.
더 이상 무슨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가 있겠나 싶은데, 좀 보탠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이 좀 많이 팔렸으면 싶어서다.
거기에 출현한 어르신들의 삶이 공감 백배다.
호랭이도 안 물어갈 수석 펀드매니저 대평댁을 비롯하여 펀드매니저인 지정댁, 대구댁, 갑동댁, 왕샌등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 오미마을 사람들의 실감나는 현실의 중계 방송이 그렇고 이제는 유명인이 되어버린 듯한 농부 홍순영 형님과 그의 가족들, 오미동의 중심 운조루와 허당 농부 윤정수씨, 손이 먼저 떠오르는 구례 감의 대표주자 김종옥형님, 언제나 부지런하고 야무진 '산에사네' 농장과 카페를 운영하는 지리산 노을언니, 귀촌하여 고생이 이만저만아닌 가운데 인기도가 급 상승중인 '나는 설비다'의 무얼까와 일탈 부부, 아쉽게 떠나버린 박과장과 윤하,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펀드의 책임자인 어리버리한 권산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 속에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그들이 매일 보는 식구들 같은 생활이, 땀이, 웃음이, 징함이 있다.
우리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맘대로 땅으로 맺어진 식구가 되어버렸다.
안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고, 보면 짠해지기도 하고 장하기도 해서 징허디 징한 식구들이다.
계속 실패한다 해도 투자할 이유가 충분한 우리 식구들이 운영하는 맨땅에 해딩하기, 아니 펀드다.
부디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땅을 믿는, 땅심을 믿는 이 땅의 모든 농사짓는 바보들과 농사도 모르는 바보들이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