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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 ㅣ 창비시선 122
천양희 지음 / 창비 / 199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천양희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시집 [마음의 수수밭] 중에서
시인은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
가만히 제 손을 내려다봅니다.
많은 망설임과 갈망과 욕심을 움켜쥐었던 흔적이 선명합니다.
이 빛... 당신 손에서, 맞지요?
늘 열심인 당신, 당신이 바로 성자십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