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입 창비시선 245
천양희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을 맞다

 
바람이 일어선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마왕]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
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 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비가 오려나 거위눈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먼 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우리도 바람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 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 삶은 우리의 수단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였더라 우리는 왜
뒤돌아 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바람을 맞고도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가슴에 땅을 품은 여장부처럼 바람이 일어선다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 - 창비]에서
 

 

       

  덥다.

  날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덥게만 느껴지는 날들이다.

  팥죽땀을 쏟아낸 우리에게 한 시간의 휴식은 찬 수박이다.

  울타리를 넘는데 자두를 갉아먹던 청솔모가 놀래서 달아나지도 못하고 멈칫거린다.

  식사를 방해해서 미안하다.

  찬 물을 좍좍 끼얹는데 질리게 푸른 은행잎이 빼꼼히 들여다본다.

  바람이 지나간다.

  팔랑팔랑 더운 잎을 흔든다.

  나무도 덥다.

  나무도 견딘다.

  가슴에 바람을 맞는다.

  은행잎에 반성문을 적는다.

  나는 왜 뒤돌아 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사진은 작년 성탄이브에 자분자분 눈 내리던 송광사,

  불일암 해우소에서 찍은 고요한 바깥 풍경이다.

  그립다. 쏴아아~ 대숲을 지나는 바람소리 그립다.

  소나기라도 한 줄금 쏟아지면 좋겠다. 


 

  정말 덥지요. ^_^"

  그래도 찬 거 너무 많이 드시지 말고 건강하게 견디시기를.......

  이 여름을 건너가는 장한 그대들이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