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윤천
먼 곳에 두고 왔어도 사랑이다.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제 혼자서 부르며 왔던 그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를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외로운 열망 같은 기원이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쪽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이 세상을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만 같은 한 순간이여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휩쓸려, 손가락 빗질인양 쓸어 올려 보다가
목을 꺽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긴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엔 듯 실려 오는 향취만으로도 사랑이다.
제 몸이 꿰어 있어서 갈수가 없어도 사랑이다.
魂인들 그 쪽으로 향하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등 너머에 있어도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이 시는 지난 1월 3일 지독한 몸살로 앓고 계시던 정윤천 시인님이 직접 읊어주셨다.
아프면서도 시를 읽어 주시던 그분의 음성이 또렷이 기억된다.
변변한 인사도 못 드리고 떠나와서 여태 인사...또
쑥스러워 못 드렸다.
시를 가져오느라 시인님의 카페 '동백아저씨'에 가입하고
인사도 없이 몰래 훔쳐들고 와버렸다.
이 지면을 빌어 인사를 드린다.
넙죽~~
감사함으로 시를 열심히 읽겠노라고...^^*
이 말만으로도 용서하실 거다.
"이젠 건강 괜찮으신지요. 괴롭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시집이며, 훔쳐 주신 cd^^ 정말 고맙습니다."
또 기어이 그곳으로 보내 준 손세실리아 시인님께도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그 분 아니었다면 시인님이 그토록 불편하신 몸으로 우릴 환대했을까 싶고
이 변변찮은 주변머리로는 도저히 찾아뵙지 못했을 테니...^^
"세실리아님 참 많이 고맙습니다."
우리를 편하게 해주셨던 유종화 시인님께도 인사를 드린다.
"다음엔 노래 꼭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이 시를 읽으면 슬몃 웃음 지을 얼굴도 있고
마음이 싸아~ 아파 할 얼굴도 있고
여기서는 영 읽지 못할 얼굴도 있다.
난
어떤가하면
떠나보낸 빈 자리가 너무 커서 먹먹하다.
그립다.
하여,
듣는 순간부터 좋아해
시집 뒷면에 옮겨 달라던
이 시를
다시 옮겨본다.
병실로 보내는 꽃바구니에도
"멀리 있어도 사랑"
이라고 적었던 그 사람이 그립다.
환한 웃음이
통통 튀던 맑은 웃음소리가
광기 같은 열정이
속사포 같이 쏟아지던 질문이
모르는 말이 나오면 나를 향해 자동인형처럼 돌리던 고개
설명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눈길이
그립다.
그 많은 말들과
잘 쓰던 말 몇 가지
"절대" "習" "行" "下心" "부탁합니다." "같이 가자."
"고맙습니다." "나 좀 봐 봐요." "금강경" "명현 현상" "여여하다."
"국민이 미쳐 발광할 때^^" "뿌리털^^" "집중^^"
"그러시든지 마시든지...^^" "술 마시면서 얘기해 줄께.^^"
말할 때의 제스츄어
그립다.
걸음걸이
절 하던 모습
정근할 때 모습
찻잔을 술잔처럼 내려놓던 모습
밥 먹을 때마다 하던 잔소리
따뜻한 성품과
기대어 울던 눈물도
익숙해진 전화번호와 전화
언제나'산숙이니?'로 시작하던 목소리
그립다.
같이 나눈 술잔들
그 속에 담겨졌던 미래를 향한 밑그림
황당할 만큼 무모하고 입을 다물게 만드는 치밀함
틈틈이 농담처럼 진지하게 하던 말들
끝까지 남겨 두고 간 절절한 마음들
그리고
자주 내게 하던 말
단 한마디
"* *"
피할 수 없는 족쇄처럼 감겨온다.
그리웁다.
(우쒸~
그 말까지도 그립다.
흠냐~!
이기 모냐?
둘이 사귀었냐?
???
우쒸~ 쒸~)
그새 정이...
참 많이 든 모양이다.
어쩐지
바쁜 중에도 많이 아플 것만 같다.
지치고
외롭고
힘들어서
또 그리워서
아플까? 걱정이다.
으이그~~~
내 걱정은 그냥 걱정일 것이다.
진정한 프로는 일을 앞두고 아프지도 못할 것이다.
아니,
간절한 바람이다.
아프지 말기를
잘 견디어 가기를
바란다.
보고 싶다.
보. 고. 싶. 다.
그래도, 그래도
약속한대로
우리, 아프지 않기다.
절대루...^^
그리고 우리도 헤헤~
제 몸이 꿰어 있어서 갈 수가 없어도 사랑이다.
魂인들 그 쪽으로 향하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등 너머에 있어도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2005. 1. 27.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