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 김현의 일기 1986~1989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유월의 어떤 날.

 

컴에 지친 눈을 들어

책 꽂이를 쓰윽 훑다가

뽑아든 책.

김현의 '행복한 책 읽기'

헉~ 선생이 떠난 날이

1990년 6월 27일.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 독서는

내 책읽기는 겨우 요만큼이구나.

 

선생께도

내게도

행. 복. 한. 책. 읽. 기.

 

 

퇴색해가는 노란 색만큼 빛 바랜 밑줄들이

가슴에 선을 긋는다.

 

'뻔히 저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거기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는 고통....... 카프카가 이미 묘사했으나

아직도 낯선 그런 세계.......'

 

다시 짬짬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완벽하게 날카로운 비평,

섬세한 문장의 칼날에 뇌가 찔리고

심장은 자상을 입는다.

그러나 그는 따뜻했으니.......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이틀동안 무진장의 빗소리를 듣고 있다.

가슴에도 찰박찰박 빗물이 고여 오는 것 같다.

빗물을 떨치고 가야 할 길을 가기 위해 이제 일어나야 한다.

그의 문학을 향한 열정과 애정이 그립다. 

문체가 말 걸어오는 그가 그립다.

 

 

                                          2004. 7. 16.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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