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88
박남준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봄 편지

              박남준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중에서

               박남준 시인은 1957년 전남 법성포에서 태어났다.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적막]이

              산문집으로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꽃이 진다 꽃이 핀다],

               [박남준 산방 일기]등이 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지고 있네요.

어제가 되어버린 29일,

얼마 전까지 매일 지나다니며 눈맞추던 길을

핑크빛 스쿠터 '바람'이를 타고 달려보았지요.

와우~ 선물처럼 꽃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그 꽃잎들 빗물에 흘러가고 있겠네요.

 

사진 속 매화는 작년 것인데요.

올해는 행여나 행여나,

두 번이나 걸음했는데

'방화수류정' 밑 용연에 물 올라올 버드나무 대신 포크레인께서

떡 하니 앉아 계시는 걸 보고 매화도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자귀나무 필 때까지는 그가 거기,

물오리 대신 있지 않기를 바라는데 모를 일이지요.

이렇게 사월이 가버리고 있는 것처럼 모를 일이지요.

 

[그녀의 프로필] 속의 가게로 복귀한 지가 석 달이 지났습니다.

남의 가게인 듯 영 어색했는데 닦고 쓸고,

정리하고 정리하고 했더니 이제 겨우 자리가 잡혀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편지를 시작 할 생각이 드네요.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읽은 [봄 편지]의 여운이 길어서...

오월의 편지는 쓰게 되겠지요. 

 

그대, 잘 지내셨는지요.

보고 싶다는 말 대신에 게으른 안부를 묻습니다.

비가 그친 걸까요?

세상이 고요합니다.

그대의 꿈길도 그러하기를.

2011, 4, 30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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