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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 세상에는 결코 익숙해 질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따돌림과 고의적 시비를
무시하는 일, 몰매를 맞으면서도 대항하지 않는 일, 침묵 속을 걷는 일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교실을 나오는 동안 내 몸은 새파란 화염에 휩싸여 있
었다. 차갑고도 끈질긴 불길이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교문을 통과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네 편의점에 다다를 때까지, 쉼없이 나를 태웠다."
"나는 카메라플래시를 받으며 서 있었던 열두 살 이래로 허둥댄 적이
없다. 소년분류심사원에 다녀온 후부턴 분노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호감
을 표해와도 관계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안다. 놀라면 허둥대야 정상이다. 모욕당하면 분노 하는
게 건강한 반응이다, 호감을 받으면 돌려 주는게 인간적 도리다. 내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아저씨는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
다. 나는 그 문장에서 '그렇게'를 떼어내라고 대꾸한다.
나도 살아야 한다, 그러러면 당황하고, 분노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누군
가에게 곁을 내줘서는 안된다. 거지처럼 문간에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
라도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사는 나의 힘이다.
아니, 자살하지 않는 비결이다."
그렇게 어떤 문장들은 새겨지고 있었다.
정유정의 "7년의 밤" 이다.
오랜만이다.
얼마만일까?
읽던 책을 덮지 못해서 밤을 새운 일이.......
500페이지도 넘는 짧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 나를 놓아 주지 않았다.
재미있다.
그리고 엄청난 몰입이다.
책을 덮고도 오래 세령호의 물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어느 사이 소설 읽기 좋은 가을 인 것이다.
단단한 작가를 새로이 만났다.
'정유정 '
덕분에 졸리운 밤,
자야겠다.
꿈도 없이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선가의 당신도 그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