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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외면 ㅣ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07
복효근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한 적 없다
복효근
다시 같은 자리에 돋는 새잎이란 없다
이미 새잎이 아니지
낯선 자리 비켜서
옛 흉터를 바라보며 지우며 새잎은 핀다
이전의 사랑은 상처이거나 흉터다
이후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조금 비켜서
덤덤히 바라볼 수 있는 눈빛으로
나무의 새순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싹튼다
제 형체와 빛깔과 향기를
지우고, 지고 부정하고 배반하고
새잎은 비로소 새잎이다
내 너를 사랑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한 적 없다
오늘은 내 어느 부위에 상처를 남겨두랴
엄살 피우지 말자
남은 날 가운데 가장 새것이어서
우리 세포는 너무 성하다
흉터 따위를 기억하는 것은 사랑도 아니다
지금 네가 마지막 첫사랑이다
시집 [따뜻한 외면 (실천문학2013)] 중에서
복효근시인은 1962년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이 있고,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신인상,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가 대세인 세상에서
사랑한적 없다고 엄포를 놓고
‘지금 네가 마지막 첫사랑이다’ 라는 시인의 역설은
유쾌하고 명징하게 와 닿네요.
새잎을 틔우는 에너지처럼
생생하게 살아가면서
‘엄살 피우지 말자 남은 날 가운데 가장 새것’으로
사랑하자 합니다.
부디 그러하시길.......
그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