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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공원에서 ㅣ 창비시선 354
고영민 지음 / 창비 / 2012년 11월
평점 :
동행
고영민
길가 돌멩이 하나를 골라
발로 차면서 왔다
저만치 차놓고 다가가 다시 멀리 차면서 왔다
먼 길을 한달음에 왔다
집에 당도하여
대문을 밀고 들어가려니
그 돌멩이
모난 눈으로
나를 멀끔히 쳐다본다
영문도 모른 채 내 발에 차여
끌려온 돌멩이 하나
책임 못 질 돌멩이를
집 앞까지 데려왔다
출처 [시집 사슴공원에서 (창비2013)] 중에서
돌멩이 하나,
그저 세상에 하고 많은 돌멩이들 중에 돌멩이 하나,
사소하고도 사소한 돌멩이 하나,
돌멩이 하나의 동행이 저리 무겁고도 깊은 뜻이 담겨있군요.
무심코 한 행동이,
아무 생각 없이 내 뱉은 말 한마디가,
심심해서 차고 온 돌멩이 하나가,
가슴에 태산보다 더 무거운 돌덩이로 얹힙니다.
연탄재도 돌멩이도 함부로 발로 차지 말아야겠습니다. ^.^
그대가 걸어가는 생은 어떠신지요?
그 모두가 소중한 동행이요 인연입니다.
이 풍진 세상을 함께 가는 소소한 인연들,
그 모든 동행들과 인생의 여정을
그대, 행복하게 걸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기서 머문 시간이 그대 생의 쉼표,
따스한 밥 한 숟가락의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