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버지스는 거리에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빛과 자신이 사는 블록의 건물들을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4월 말의 토요일 오후였고, 블록에는 튤립이 활짝 피어 있었다. 목련나무는 벌써 꽃잎을 세상에 펼쳐냈고, 어떤 꽃은 이미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 지역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생일파티에 가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부모, 혹은 걸음걸이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는 걱정없는 표정의 부모 옆에서 인도를 걸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한 젊은 남자ㅡ그는 짐에게는 젊어 보였는데, 사실 집에겐 모두가 젊어 보였다ㅡ - P329

"매트가 실제로 알고 있는 건 내게 말해준 것 이상이에요. 그리고 점점 더 우울해지는 것 같고요. 그는 휴대전화가 아주 마음에 들지만, 본인 말로는 그걸로 게임을 한대요."
"그의 집에서 라이플을 가지고 나와요." 루시가 말하자 밥은 말했다. "나도 그러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는 월마트에가서 하나 더 사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거기 두기로 한 거죠. 그러니까ㅡ " 그러고는 걸음을 멈추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건 그의 삶이다." 루시가 말했다.
"음. 네ㅡ"하지만 밥은 매트와 그날 대화를 나눈 뒤로 확신이 없었다. 그는 루시를 보았고, 그녀가 말했다. "네, 골치아픈 사건이네요. 그래도 다이애나와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눌필요는 있겠어요." 루시가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전화로 이야기하느니 직접 만나는 게 낫겠어요. 그녀가 언제 여기 다시 오는지 매트에게 물어봐야겠어요."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 두 사람은 걷고 대화하고 그저 행복했다. - P353

짐은 여전히 이따금 조용히 울었지만, 이제는 울음을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믿을 수 없는 것은 이것이었다. 래리가 그에게 다정하다는 것! 래리가 그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다!
래리가 말했다. "오, 아빠, 아빠 때문에 죽을 만큼 마음이아파요. 아, 어떡하지, 아빠 때문에 죽을 만큼 마음이 아파요. 우린 이제 괜찮은 거죠. 그렇죠?"

짐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아주 고양되어 있었다. 헬렌에 대한 모든 슬픔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 자신의 인생 전체에대한 모든 슬픔이 쏟아져나와 아들에 대한 이 새로운 상태로 전이된 듯했다.
그리고 래리에게 잘못한,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것 많이 있었다 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너를 여름캠프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가 말했다. 그 진실이, 래리가 운동을 잘하지 못하고 집을 그리워하며 결코 잘 어울리지 못했기에 그 바보 같은 여름 캠프에서 경험했을 고통이 - P416

그의 마음을 스쳤다.
하지만 이제 래리는 그저 아버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왜 괜찮은지 아시겠죠? 아빠가 진심인 걸 아니까요." 어느 날 그가 농담처럼 말했다. "아빠, 나는 더 일찍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러자 짐은 그저 고개만 저었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짐은 헬렌이 겨우 몇 달 전에 누워 있던 것과 같은 병실용 침대에 누운 래리를 보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자신에게 많은 선물이 주어졌다고 느꼈다.
간단히 말하면, 그는 다른 세상으로 보내진 것 같았다. 오로지 사랑과 슬픔의 감정만이 존재하는 세상. 하지만 사랑이 슬픔보다 더 강했다. 그것은 강했고, 딸들이 그를 보러 왔을때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돌연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유가 뭐였건ㅡ그건 신의 선물이었는가? ㅡ그는이제 완전히 다른 나라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순수의 나라였다.

그것이 짐이 래리의 아파트에서 두 주 동안 지내면서 느낀것이었다. - P417

"내 이야기를 들을 거니? 듣지 않을 거면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듣고 있어요." 래리가 말했다.
"메인에서 얼마 전에 일어난 그 사건에 대해 말해주고 싶구나, 어머니를 돌보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실종됐지. 결국 그의 누이가 어느 날 밤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채석장으로 간 것이 밝혀졌어. 이유를 알겠니?"
래리는 그를 지켜보다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누이가 어렸을 때 오랫동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었어.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았고. 그리고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가 그녀를 데리고 놀러 나갔어. 그러고는 그녀를 그 채석장으로 데려가강간한 거야.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그녀를 창녀라고 불렀어. 이제 그걸 잠시 생각해봐, 래리."
래리가 조용히 말했다. "맙소사."
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그녀의 어머니를 판단하기 전에, 그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거였어. 어머니도 어렸을때 오랫동안 성적 학대를 당했고, 삼촌이 임신을 시켰어.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집에서 내쫓았고, 그녀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는 대가로 아기를 데리고 모텔에서 지냈지. 모텔 - P428

주인도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했어. 내가 왜 이걸 너한테 이야기하는지 알겠니. 래리?"
"그게 악이기 때문에요?" 래리가 물었다.
"아니. 그건 악이 아니야, 래리 부서진 사람들이지. 부서진 사람이 되는 것과 악이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혹시 네가 그걸 모른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부서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거야. 내가 네게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너는 그런 부서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살면서 운이 아주좋았기 때문이야."
래리는 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니?" 밥이 물었다.
잠시 뒤에 래리가 말했다. "음,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들은 내 아버지가 아니에요. 아버지는 그런 일을 전혀 겪지 않았는데도 악이 되었으니까요. 아빠가 삼촌에게 한 일은 악이었어요. 밥 삼촌."

밥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는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이제 점점 화가 나고 있었다. "네 아버지는, 래리, 엄청난충격을 받고 어쩔 줄 몰랐던 것뿐이야. 그게 다야. 왜 충격을 - P429

받았는지 아니?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또다른 사실이 있는데, 그거 알아? 우리 아버지를 죽인사람이 누구였는지,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른다는 거야. 네 아버지는 그날 나무에서 잎이 떨어지고 비가 왔다고 생각했어.
음, 2월에 돌아가셨는데 낙엽이 있을 리 없지. 그리고 수지와 나는 밝은 햇살을 기억했고, 누구도 몰라, 래리. 누구도 영원히 알지 못해.
그리고 네 아버지는 그냥 엄청난 충격을 받고 어쩔 줄 몰랐던 것뿐이야. 그래, 아버지가 너를 여름 캠프에 보냈지. 아이들은 으레 그런 데 가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너는 그걸 싫어했어. 하지만 아버지는 너를 계속 거기 있게 했지. 끔찍한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거 아니, 래리? 네가 가진 건 그저 아주 일반적이고 더럽게 돈이 많은 배경이었어. 그 이상은 없다."
밥이 일어섰다. 그는 이제 몹시 화가 났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전부다. 래리. 아버지를 계속미워해라. 그리고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그리 머지않은 언젠가 아버지는 죽음을 맞겠지. 기억날지 모르겠다만, 네가 살아나려고 발버둥칠 때 아버지가 병실에 앉아 네 곁을 지키며 울었다는 걸 기억해라. 아마 기억나지 않을 텐데, 네 아내 - P430

에게 물어봐 그애가 기억할 거다. 그리고 네 아버지는 악한사람이라면 그러지 못할 방식으로 아주 괴로워했어 내 말듣고 있니? 그리고 네 아버지가 죽고 네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어 그 아이가 ㅡ딸일지 아들일지 몰라도ㅡ 네가 생각하는모습과 다를 때, 그때 너는 아버지에게 얼마간 연민을 느끼게될거다.
하지만 바로 지금, 나는 너에 대한 연민이 없다. 너는 여전히 너무 어려. 나는 네 평생 네게 연민을 느꼈지만, 네 아버지가 악이라고 말한다면, 음, 네 아버지는 악이 아니야. 그가부서졌느냐고? 그래, 우리 모두 부서졌지. 솔직히."
그리고 밥은 다시 앉아야 했다. 가슴이 아팠다. 
그가 래리를 쳐다보았고, 래리는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이것이 밥의마음을 스쳤다. 이 아이가 어른이어야 할 이 아이가 입술을 내밀고 앉아 있구나. 그리고 그 모습은 밥이 보기에 매력적이지 않았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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